미국 생산차 해외 수출 99%↓…관세 폭탄·공급망 재편 여파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

 현대자동차가 미국공장에서 생산한 차량의 해외 수출량이 지난달 14대로 급감하며 전년 대비 98.9%, 전월 대비 99.4%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현대차의 미국 앨라배마공장(HMMA)에서 출고돼 해외로 수출된 물량은 단 14대에 그쳤다.

이는 코로나19로 생산 차질을 겪은 2020년 4월 이후 처음으로 월간 수출량이 100대 아래로 떨어진 수치다. 

지난해 같은 기간 1,303대, 불과 한 달 전인 4월에는 2,386대를 수출한 것과 비교해도 극심한 감소세다.

이 같은 현상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수입차 25% 관세’ 정책과 이에 따른 현대차의 대응 전략, 그리고 캐나다의 보복관세 여파가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앨라배마 공장
앨라배마 공장

현대차는 미국 내 생산 차량을 현지에서 바로 판매하거나 재고로 남겨 관세 부담을 회피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는 미국에서 63만7,000여 대를 수출했지만, 올해는 수출 대신 현지 판매 비중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미국 생산차를 해외로 수출하는 것은 관세 리스크를 고려할 때 기업 입장에서 손해”라며 “현대차는 공급망을 재편해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 이승조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은 지난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관세 회피를 위해 기아 멕시코 공장에서 미국 판매용 투싼을 생산하고, 기존 HMMA에서 생산하던 캐나다 판매 차량은 멕시코산으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멕시코 공장에서 출고되는 투싼은 올해 2월 2,109대에서 3월 522대로 감소했고, 이후 출고가 중단된 상태다.

캐나다의 보복관세도 수출 급감을 가속화한 요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외국산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자, 캐나다는 이에 맞서 미국산 자동차에 동일한 세율의 보복관세를 매겼다.

현대차의 HMMA 공장은 그동안 캐나다를 주요 수출 시장으로 삼아왔지만, 관세 장벽이 높아지면서 미국산 차량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된 것이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캐나다에서 자동차를 생산하면 미국산 차량도 무관세로 수입할 수 있다”고 밝혔으나, 현대차는 캐나다 내 생산 거점이 없어 해당 혜택을 누릴 수 없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캐나다 시장에서 현대차 차량의 수요가 크게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의 이번 수출 급감은 단기적 충격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공급망 전략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관세와 통상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자동차 산업 특성상, 향후 현대차가 어떤 방식으로 지역별 생산·유통 구조를 재조정할지 주목된다.

다음 이전

POST ADS1

POST ADS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