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오케스트라의 사운드를 번개로 다시 듣는다"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 그리고 폴고레

 

 매력적인 디자인으로 시선을 사로잡고 오케스트라의 교향곡을 강렬한 사운드로 만들며 청각을 자극하는 자동차로 알려진 이탈리안 럭셔리 브랜드 마세라티가 오랜 시간 담금질을 한 그란투리스모 그리고 그란카브리오를 내놓았다.

마세라티가 자랑하는 네튜노 엔진을 장착한 그란투리스모와 겉으로 보기에 거의 똑같이 생긴 전기차 '폴고레'가 변해가는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듯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마세라티는 과거의 유산과 DNA를 다가올 미래에 그대로 담아 새로운 방식으로 고객들에게 전달하고 마니아로 만들어 갈 계획을 세워둔 것 같다.

그란투리스모는 일반적인 스포츠카의 형태를 했지만, 이름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장거리를 빠르지만 "편안하게" 달릴 수 있는 그랜드 투어러의 성격이 더 강하다. 

이번 시승에서는 강력한 네튜노 V6 엔진을 장착한 그란투리스모 '모데나'와 번개같은 출력을 내는 전기 모터를 장착한 그란투리스모 '폴고레'를 번갈아 즐겨본다.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 모데나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 모데나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 모데나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의 내연기관 모델은 모데나, 트로페오 두 가지 트림이 있으며, 각각 490PS, 550PS의 출력을 낸다. 

마세라티의 디자인은 불쑥 솟아오른 프론트 펜더와 낮게 가라앉은 프론트 그릴을 말하는 '코팡고'로 설명이 된다. 단순히 아름다운 디자인이 아닌 '매력 넘치는 라인'으로 가득해 보는 사람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그릴 가운데와 펜더에 불쑥 솟아오른 '트라이던트(삼지창)'은 강력한 퍼포먼스를 느끼게 하기 충분하다.

실내는 강력한 성능을 내뿜는 스포츠카라고 보기에는 다소 얌전한 모습이다.그레칼레와 MC20의 인테리어를 이어 받고 고급스러운 소재가 가득 둘러져 있지만 스티어링 휠 뒤에 위치한 거대한 크기의 패들시프트는 언제든지 얌전한 V6 엔진을 거칠게 깨워버릴 것 같다. 

마세라티 역시 디지털 시대에 맞게 인스트루먼트 클러스터를 비롯해 곳곳의 차량 제어 기능을 디스플레이에 담았다. 사용자의 취향에 맞게 클래식, 이볼브드, 릴렉스, 코르사 등 4가지 테마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되고, 다양한 기능을 중심으로 설정할 수 있다. 

마세라티의 실내를 가장 멋지게 보여주는 시계 역시 디지털로 변했다. 클래식, 디자인, 스포츠 등 3가지 스킨과 다양한 기능을 품었다. 센터디스플레이와 조작을 할 수 있는 공간은 빛반사가 심해 햇빛이 강할 경우 운전에 다소 불편함을 주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

주행을 시작하면 엔진은 490PS의 출력을 여유롭게 끌어낸다. 주행 프로필은 컴포트, GT, 스포츠, 코르사 4가지가 있지만 모데나 트림에는 '코르사' 모드는 없다. 스포츠 모드로도 즐거운 주행을 할 수 있지만, GT카의 특성상 성능을 극한의 스포티함으로 만들지는 않는다.

그란투리스모에 기본 적용된 에어서스펜션은 적당히 짜릿할 정도로 노면을 밀어내지만 절대 흔들리지 않는다. 안정적으로 도로를 움켜쥐는 것은 편안함을 주지만 마세라티가 과거에 운전자에게 주었던 짜릿함은 다소 약해졌다.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듯한 과거의 엔진 사운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차분해졌고, 그란투리스모에서는 고요하고 잔잔하게 울려퍼진다. 덕분에 속도가 올라가지만 어디까지나 편하게 올라가니 체감속도와 실제 속도는 차이가 많이 난다. 다만, 급가속, 킥다운시 느껴지는 변속의 충격이 예상보다 더 부드러워진 것은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는 데일리카로 사용하기 충분한 모델이고, 스포츠카의 영역에서 한발 물러서 있는 모델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런 변화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선택받을 수 있게 하는 강점이 될 수도 있다. 

강력한 퍼포먼스를 조금 더 즐기고 싶다면 '트로페오' 트림을 선택하면 된다. 출력은 550PS로 올라가지만 기본적으로 편안하게 달릴 수 있는 능력은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는 가장 우아한 라인을 완벽에 가깝게 서로 이어가며 누구도 무시하지 못할 매력적인 디자인을 가진 럭셔리 그랜드 투어러 모델이다.  

마세라티의 영역이 이제 강력한 스포츠카의 영역에서 상당히 편안하고 다루기 쉬운 영역으로 넓어졌다. 마세라티가 더 많은 고객을 만날 수 있는 장점들을 두루 갖춘 부분은 반갑다.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 폴고레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 폴고레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 폴고레

땅위로 번개가 내려친다. 마세라티는 역시 네이밍 센스의 달인이다. '폴고레'는 이탈리아어로 번개를 의미한다. 마세라티를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마세라티는 내연기관과 전기차를 구분해 만들지 않는다. 별도의 모델을 만들거나 완전히 다른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나 모델을 내세우지 않는다. 단지 하나의 모델에서 트림 하나 선택하듯  별도의 이름을 만들어 줄 뿐이다.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 역시 '폴고레'라는 이름으로 전기차를 구분 할뿐이다. 

그란투리스모 폴고레는 800V 기술 기반의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를 장착하고 있다. 전기 모터는 프론트에 1개,  리어 휠에 각각 1개씩 3개의 모터를 장착하고 있고, 각각의 모터는 최대 300kW의 출력을 낸다. 특히, 후륜에 장착한 모터는 완전히 분리 가능하고 토크 백터링 기능을 가능하게 해 짜릿한 주행이 가능하다.

덕분에 최고 출력은 778PS, 최고속도는 352km/h까지 낼 수 있으며, 기본적으로 출력은 후륜에서 100%를 낼 수 있게  설계했다. 이것은 포뮬러 E의 기술을 그대로 양산차에 적용한 덕분이다. 

그란투리스모 폴고레는 1회 충전 시 최대 341km를 주행할 수 있다. 일반적인 전기차 기준에서 보면 341km는 상당히 짧은 주행거리지만 'T-본' 타입으로 배터리를 배치해 최적의 전후 무게배분을 가능하게 했다. 배터리 성능에 집중하는 대신 모터의 출력에 집중했기 때문에 전혀 짧다고 할 수는 없다. 

주행 모드는 폴고레 전용 맥스레인지를 일상에서 사용할 경우 에너지를 최대한 절약해 주행가능거리를 최대한으로 늘리는데 이 역시도 배터리 잔량이 16% 이하로 내려갔을 때 사용하는 것을 권장한다. 그리고 GT, 스포츠, 코르사 모드를 추가로 사용할 수 있다.  

폴고레의 진짜 능력은 '코르사' 모드에서 체감할 수 있다. 0-100km/h 가속은 트로페오의 3.5초보다 빠른 2.7초에 불과하다. 숫자로는 설명하기 힘든 강력함이 있다. 코르사 모드에서 가속페달에 힘을 주면 순식간에 땅바닥에서 번개가 내려친다. 

엔진부스트를 최대치로 올리며 모든 출력을 휠로 전달한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눈 앞이 순간 흐려지며 온 몸은 시트에 달라 붙는다. 잠시 동안 숨 쉬는 것을 잊을 정도로  주변 공기를 빨아들이며 그란투리스모 폴고레는 앞으로 순간이동을 한다.

운전자가 원하는 만큼의 움직임으로 3개의 모터의 출력을 100% 활용해 빠르게 달려나가는 코르사모드는 차체 제어장치가 비활성화되는 만큼 안전한 트랙에서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폴고레를 즐기는데는 코르사모드 없이도 충분히 가능하다. 스포츠 모드나 GT 모드에서도 충분히 만족할만큼의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그랜드투어러의 특성에 전기차의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그란투리스모 폴고레는 내연기관과는 압도적인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 있다. 바로 유지비용이다. 고급 휘발유를 쏟아부어야 원하는 사운드와 감성을 즐길 수 있는 네튜노 엔진의 유지비 대비 동일한 거리를 주행하는데 절반 이하의 비용으로도 충분하다. 

전기스포츠카의 영역에서도 마세라티 고유의 사운드와 주행 감성을 느끼고 싶다면, '폴고레'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몇년간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마세라티가 꺼내든 그란투리스모라는 히든 카드는 돌아선 마세라티의 팬들에게 보내는 달콤한 메시지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내연기관이든 전기 모터든 어떤 모델에게도 마세라티의 DNA는 살아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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