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가 718 박스터(Boxster)와 카이맨(Cayman)의 가솔린 모델이 올해 10월 공식적으로 생산이 종료된다.
약 10년간 생산돼 온 4세대 모델의 막이 내려지며, 브랜드의 대표적인 엔트리 스포츠카 라인업이 전동화 전환을 앞두고 역사적 변화를 맞게 됐다.
하지만 이들을 잇는 차세대 전기 스포츠카의 출시는 당초 예상보다 늦춰질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배터리 관련 개발 지연으로 출시 시점이 2026년에서 2027년으로 연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포르쉐 북미 지사 관계자는 최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718 박스터와 카이맨의 생산은 오는 10월 종료될 예정”이라며 “일부 재고 차량은 딜러를 통해 판매될 수 있지만 수량은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미국 내 딜러 재고는 약 60여 대 수준으로, 수요 대비 공급이 빠르게 소진될 것으로 보인다.

포르쉐는 당초 718 후속 모델을 전기차(EV) 전용 모델로 계획했으며, 전기 카이맨과 박스터는 2026년 출시가 유력했다.
그러나 최근 전기차 시장 수요 둔화와 배터리 개발 이슈가 겹치면서, 출시 시점이 2027년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포르쉐 CEO 올리버 블루메(Oliver Blume)는 최근 “해당 스포츠카는 ‘미디엄 텀(medium term)’에 출시될 예정”이라고 밝혀, 단기간 내 출시는 어려울 것임을 시사했다.
또한 EV 전용 모델로 기획됐던 차세대 718에 대해 내연기관 모델 추가 가능성도 검토되고 있다는 소식이 나오고 있다. 이는 전기차 전환 속도를 조절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흥미로운 점은 718 박스터·카이맨이 단종 직전에도 판매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24년 미국에서 718 시리즈는 5,698대가 판매되며 타이칸(Taycan)과 파나메라(Panamera)를 넘어서는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수년간 이들을 대체할 신차 없이 공백 상태가 이어질 경우, 포르쉐 엔트리 스포츠카 수요의 이탈도 우려된다.

포르쉐 대변인은 “718의 전기차 후속 모델 일정에 대해 구체적인 발표는 하지 않았다”면서,
“전기 카이엔(Cayenne EV) 출시 이후, 718 세그먼트의 전기 스포츠카가 그 다음 차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전기차 전환을 확정한 타이칸이나 마칸과 달리, 718의 차세대 모델은 내연기관 포함 여부부터 일정까지 모든 것이 유동적이다.
박스터와 카이맨은 포르쉐의 엔트리급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후륜 기반, 미드십 엔진, 스포츠카 정체성이라는 브랜드 본질을 가장 잘 담아낸 차량으로 평가받아 왔다.
이들의 단종은 단순한 모델 교체를 넘어, 가솔린 스포츠카 시대의 종언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