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유럽 신차 시장은 전체 등록 대수 증가 폭이 0.1%에 그치며 사실상 제자리에 머물렀지만, 전동화 모델은 사상 최대 비중을 기록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특히 중국 브랜드의 약진이 두드러졌고, 테슬라는 역 성장세를 이어갔다.
시장조사업체 자토 다이내믹스(JATO Dynamics)에 따르면, 유럽 28개국의 4월 신차 등록 대수는 총 1,078,521대로, 전년 동월 대비 1,399대 증가에 그쳤다. 1~4월 누계 등록 대수는 4,467,681대로 지난해와 비교해도 6,560대 늘어난 수준에 불과하다.
자토 다이내믹스의 글로벌 애널리스트 펠리페 뮤노스(Felipe Munoz)는 “전기차(BEV)가 유럽 자동차 시장의 유일한 성장 동력이었지만, 내연기관차의 급감으로 전체 시장 성장은 제약받고 있다”며 “EV 비중이 실질적인 시장 변화를 이끌려면 더 빠른 속도의 확산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유럽에서 배터리 전기차(B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의 합산 점유율은 처음으로 26%를 넘기며 신기록을 세웠다. 전기차는 전체의 17%, PHEV는 9%를 차지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6%p, 2.1%p 상승한 수치다.
중국산 전기차는 EU의 관세 조치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강세를 보였다. 4월 한 달간 중국 업체의 BEV 등록 대수는 전년 대비 59% 급증한 약 1만5,300대를 기록했고, PHEV는 무려 546% 증가한 9,649대로 집계됐다. 이로써 중국 브랜드는 유럽 PHEV 시장의 약 10%를 점유하게 됐다.
뮤노스 애널리스트는 “중국은 전기차뿐 아니라 PHEV 부문에서도 세계적인 리더이며, 관세 위협에 대응해 라인업을 빠르게 다변화하고 있다”며 “이러한 대응이 유럽 시장 진출 확대를 견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주목할 변화는 BYD가 유럽 시장에서 테슬라를 처음으로 추월했다는 점이다. 4월 BYD는 전년 대비 359%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했으며, 테슬라는 전년 대비 49%나 감소했다.
뮤노스는 “두 브랜드의 격차는 작지만, 이는 유럽 자동차 시장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테슬라는 수년간 유럽 EV 시장을 주도해왔지만, BYD는 2022년 말에야 노르웨이와 네덜란드를 넘어 본격 진출했다는 점에서 더욱 상징적”이라고 말했다.
BYD는 현재 영국에서 피아트, 다치아, 세아트를, 프랑스에서는 피아트와 세아트를, 스페인에서는 피아트를, 이탈리아에서는 세아트를 각각 앞질렀으며, 헝가리에 신공장을 착공하기도 전에 이 같은 성과를 달성했다.

전기차 부문에서는 스코다 엘록(Elroq)이 8,000대로 전기차 모델 중 1위에 올랐으며, 폭스바겐 ID.7은 무려 640% 증가한 판매량으로 3위에 안착했다. 르노의 신형 '르노 5'는 5,600대 이상이 등록돼 6위에 올랐고, 기아의 EV3도 전기차 판매대수 EV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테슬라 모델Y와 볼보 EX30은 각각 53%, 57% 판매가 감소했다.
전체적으로 유럽의 신차 시장은 정체 상태지만, 전기차·PHEV 중심의 전동화 흐름은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중국 브랜드의 대세 부상이 뚜렷하며, 관세 회피를 위한 제품 다변화 전략도 주효한 모습이다. 반면 테슬라는 시장 내 입지 위축과 브랜드 피로감이 겹쳐 과거의 성장세를 잇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브랜드가 전기차 시장의 지형을 바꾸고 있으며, 이에 따른 유럽의 정책적 대응이 향후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