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그룹이 리비안의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 R2를 자사 모든 브랜드의 전기차 소프트웨어 아키텍처로 채택하는 50억 달러(약 6조 8,135억 원) 규모의 전략적 협력을 맺으며 미래 전기차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대대적인 전환에 나섰다.
와심 벤사이드 리비안 최고소프트웨어책임자는 최근 야후파이낸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R2 플랫폼이 폭스바겐의 모든 미래 전기차를 뒷받침할 것”이라며, “모듈형이며 확장 가능한 기술 스택을 각 브랜드가 자신만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구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소프트웨어 개발 부문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 폭스바겐의 전략 전환을 상징한다. 특히 자회사 카리아드(Cariad)의 반복된 지연과 기술력 부족으로 인해 신차 출시가 늦어졌고, 유럽 시장에서 일부 차량은 사이버 보안 기준 미달로 리콜 조치되기도 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폭스바겐은 리비안과 손잡고 자체 아키텍처를 외부에서 수혈하는 선택을 했다.
벤사이드는 “각 브랜드는 고유의 UI와 서스펜션 튜닝을 유지하겠지만, 차량의 핵심 기술과 아키텍처는 동일한 기반에서 최적화될 것”이라며 기술 통합의 방향성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아우디, 포르쉐, 람보르기니는 물론 신규 브랜드 스카우트와 기존의 스코다, 세아트까지 리비안 R2의 기술을 활용하게 된다.
단, 폭스바겐이 채택하는 ‘플랫폼’은 전통적인 하드웨어 섀시나 파워트레인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차량의 전자 아키텍처와 소프트웨어 운영체제 전반을 포함한다. 따라서 MEB나 향후 도입될 SSP 플랫폼과 하드웨어적으로 병행될 가능성이 크며, 리비안은 주로 소프트웨어와 네트워크 기반 기술을 공급한다.
이 같은 전략은 폭스바겐이 단순한 자동차 제조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의 미래차 기업으로 전환하는 중요한 이정표로 해석된다.
벤사이드는 “이 협력은 폭스바겐이 리비안의 스타트업 DNA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상징적 장면”이라며, "앞으로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이 기술 스택에 관심을 보일 것"이라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