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이온배터리의 복잡성과 한계를 극복할 차세대 기술로, 음극(아노드)를 아예 제거하는 ‘아노드 프리’ 전고체 배터리가 주목받고 있다.
미국 배터리 스타트업 퀀텀스케이프(QuantumScape)는 아노드 프리 기술을 기반으로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판도를 바꾸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전통적인 리튬이온배터리는 흑연 기반 음극을 사용하지만, 이는 에너지 밀도 한계와 높은 제조 복잡성, 환경 유해성을 동반한다. 특히 흑연 가공에 유해 용매가 사용되며, 대부분의 공급망이 중국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퀀텀스케이프는 기존의 흑연이나 실리콘 음극을 사용하지 않고, 충전 중 리튬이온이 직접 집전체에 석출되면서 음극이 형성되는 ‘인 시투(in-situ)’ 방식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제조 단순화, 비용 절감, 에너지 밀도 향상이라는 삼박자를 동시에 노린다.

공식 발표에 따르면, 이 방식은 기존 배터리보다 무게당 에너지 밀도를 최대 30% 이상 높일 수 있다. 일반 리튬이온 셀로 350마일(약 563km)을 주행할 수 있다면, 퀀텀스케이프의 셀은 400~500마일(약 644~805km) 주행이 가능하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하지만 기술 상용화까지는 과제가 남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덴드라이트(리튬 결정체)의 성장이다. 이는 배터리 내부 단락과 수명 단축을 유발한다. 퀀텀스케이프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독자적인 세라믹 고체 전해질 분리막을 개발했으며, 비연소성 물질로 안전성도 강화했다고 밝혔다.
현재 퀀텀스케이프는 폭스바겐 그룹의 배터리 자회사 파워코(PowerCo SE)와 협력해 QSE-5 셀의 B-샘플(양산 직전 프로토타입)을 테스트 중이며, 향후 스페인, 독일, 캐나다에서 배터리 생산을 위한 기가팩토리를 공동 운영할 계획이다.
라이선스 계약은 연간 40GWh까지 확대 가능하며, 최대 80GWh까지 옵션이 부여돼 연간 100만 대 전기차 생산이 가능한 수준이다.
퀀텀스케이프는 초기에는 기존 리튬이온배터리보다 비용이 높을 수 있지만, 양산을 통해 학습 곡선을 타면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팀 홈(Tim Holme) 퀀텀스케이프 공동창업자 겸 CTO는 “스페이스X가 로켓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췄듯이, 고체 배터리도 같은 길을 걸을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