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최근 임원들에게 "삼성다운 저력을 잃었다"며, "'사즉생(死則生)'의 각오로 위기에 대처해야 한다"고 강하게 질책했다.
삼성은 지난달 말부터 삼성전자를 포함한 전 계열사 부사장 이하 임원 2천여 명을 대상으로 ‘삼성다움 복원을 위한 가치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 교육에서는 고(故) 이병철 창업회장과 고 이건희 선대회장의 경영 철학이 담긴 영상이 상영됐으며, 이재용 회장의 기존 발언과 신년 메시지 일부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영상에 담긴 메시지를 통해 "삼성은 생존의 문제에 직면했다"며, "경영진부터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위기 자체가 아니라, 위기에 대처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며 "당장의 이익을 희생하더라도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기술 경쟁력에 대한 중요성도 재차 강조했다. 이 회장은 그간 "기술 중시, 선행 투자의 전통을 이어 나가자.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라며 선행 투자와 혁신을 거듭 당부해 왔다.
세미나에서는 외부 전문가들이 초청돼 삼성의 위기에 대한 외부 시각을 공유했고, 참석자들은 내부 리더십과 위기 대응 전략을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의 부진과 고대역폭 메모리(HBM) 공급 지연 등으로 지난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실적 전망 역시 어두운 상황이다.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2.54% 감소한 5조1,168억 원으로 예상되며, 주요 제품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도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은 미래 대비를 위한 연구개발(R&D) 및 시설 투자에 역대 최대 금액을 투입했다. 지난해 연구개발비 35조 원, 시설투자비 53조6천억 원을 기록하며 기술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또한, 그룹 차원의 위기 대응을 위해 경영진단실을 신설하고 신사업 발굴을 위한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이번 세미나는 삼성인력개발원이 주관하며, 경기 용인 삼성인력개발원 호암관에서 다음 달 말까지 순차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삼성 전 계열사 임원을 대상으로 한 세미나는 2016년 이후 9년 만에 열리는 것으로, 그룹 차원의 위기 대응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