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Porsche)'를 만나는 사람이라면 자동차를 아는 사람도, 모르는 사람도 모두 '스포츠카', '빠른 차', '2인승 차' 같은 단어들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포르쉐는 당연히 고성능, 고속 주행, 날카로운 핸들링, 특별한 엔진 사운드, 짜릿한 스티어링 반응 등 '운전의 즐거움'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마법 같은 힘을 가지는 단어다.
1931년부터 지금까지 포르쉐는 "꿈꾸던 차를 찾을 수 없어 직접 만들겠다"라는 창업자 페르디난트 포르쉐의 철학을 그대로 브랜드 DNA에 넣어왔다. 그 결과 모두가 아는 911이나 718 시리즈 등 '그들만의 포르쉐'에서 지금의 '모두의 포르쉐'로 만들어 준 카이엔, 파나메라, 마칸까지 2도어 브랜드에서 영역을 꾸준히 확장해 왔다.
포르쉐는 전동화의 시대가 갑자기 불어닥치는 시기에 가장 포르쉐의 DNA가 살아있는 전기차를 만들어야 하는 숙제를 받았고, 오랜 준비 기간을 거쳐 최초의 순수 전기 스포츠카 '타이칸'을 출시했다. 타이칸은 포르쉐가 가야 할 전동화의 길을 천천히 열었고, 다른 모델이 더 편하게 전동화 라인업을 구축하기 쉽게 만들었다.
포르쉐가 구축한 전동화 노하우는 "퍼포먼스"와 "탁월한 효율성"이라는 양 극단의 개념을 유기적으로 조합해 운전자가 원하는 때, 원하는 방식, 원하는 만큼 마음껏 사용할 수 있도록 전동화 모델에 차곡차곡 넣어 놓았다.
포르쉐 마칸 일렉트릭

지난 2014년 등장한 마칸은 포르쉐의 '엔트리 모델'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왔다. 출시 10년 만에 거의 100만 대를 판매하며 포르쉐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을 맞이했다.
2024년 신형 마칸의 출시와 함께 포르쉐는 새로운 라인업에 '마칸 일렉트릭(Porsche Macan Electric)'을 추가했다.


마칸 일렉트릭은 기존의 마칸과 비교하면 큰 디자인의 변화보다는 소소하게 필요한 부분을 세련된 터치로 변화를 줬다. 하지만 실제 비교해 보면 그 차이는 놀라울 정도로 크게 느껴진다. 당연히 전기차이기 때문에 내연기관과는 기능의 차이도 있고, 에어로다이내믹스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확실한 차이가 보인다.
포르쉐 마칸 일렉트릭은 기본 모델인 '마칸', '마칸 4' 두 가지 모델이 있었고, 이번에는 '마칸 4S'와 고성능 모델 '터보(turbo)' 두 가지 라인업을 추가해 강력한 성능에 목마른 고객들을 끌어당길 수 있게 됐다.
포르쉐 마칸 일렉트릭은 런치 컨트롤 작동 시 기본 모델이 최고출력 360마력, 최대토크 57.4kg·m, 마칸 4가 최고출력 408마력, 최대토크 66.3kg·m, 마칸 4S가 최고출력 516마력, 최대토크 83.6kg·m, 마칸 터보는 최고출력 639마력, 최대토크 115.2kg·m를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데 마칸 5.7초, 마칸 4는 5.2초, 마칸 4S는 4.1초, 마칸 터보는 3.3초면 충분하다. 이 정도 스펙이라면 마칸 일렉트릭에서 아쉬움을 느끼기는 정말 어려울 것 같다.

포르쉐 마칸 일렉트릭에는 포르쉐가 다양한 모델에 탑재하고 있는 최신 기술이 가득 담겨있다. 이제 익숙한 PSAM(포르쉐 액티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을 비롯해 기본 사양에 포함돼 있는 기술로도 충분하지만, 리어 액슬 스티어링과 같은 옵션으로 추가할 수 있는 기술을 더하면 색다른 주행의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포르쉐 마칸은 최신 PPE(프리미엄 플랫폼)을 기반으로 800V 시스템을 탑재해 최고의 효율과 최고의 성능을 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무엇보다 마칸 일렉트릭은 다른 전기차와 달리 회생제동 방식이 다르다, 회생 제동은 엔진 브레이크의 효과를 내지만 일반적으로 회생제동을 사용할 때 느껴지는 울컥거림은 거의 없다. 회생제동을 활성화할 경우 최대 0.6m/s²까지 감속할 때 에너지를 회수하는데 최대 98%까지 회수할 수 있다. 회생제동이 포르쉐의 주행 감성을 방해하는 일은 절대 없다.
포르쉐를 처음 타면 성능이 아닌 다른 부분에서 감동

포르쉐 마칸 일렉트릭은 포르쉐의 디자인 DNA를 그대로 품고 있다. 운전석에서는 물론 밖에서 볼 때 한껏 부풀어 오른 프런트 펜더, 앞뒤로 바짝 당겨 놓은 오버행, 포르쉐 고유의 4점식 주간주행등, 대형 휠, 918 스파이더의 디자인을 가져온 사이드 블레이드까지 작은 차제에도 완벽에 가까운 비율을 만들어 놓았다.
시승하는 모델은 상위 모델인 마칸 4S와 마칸 터보로 마칸 라인업 중에서도 500마력이 넘는 고성능 모델이다. 시승 코스 역시 고속 구간은 물론, 와인딩 구간도 다양하게 포함돼 있어 당연히 포르쉐 다운 '고성능'을 즐기는 시간이 될 것이라 예상했다.

실내는 포르쉐의 최신 트렌드를 적용한 디자인으로 예전의 화려한 모습을 기대했다면 다소 아쉬울 수 있지만, 운전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구성된 레이아웃은 살짝 들뜬 마음을 진정시키기 충분하다.

포르쉐 마칸 일렉트릭의 스티어링 휠은 가볍고 손에 쏙 들어오는 느낌이다. 마칸 터보는 알칸타라 소재를 사용해 확실한 고성능 이미지를 주지만 마칸 4S는 부드러운 가죽을 사용했다.
옵션으로 선택 가능한 동반석 디스플레이는 다른 의미에서 즐거움을 주는 요소이며, 증강현실 내비게이션은 운전석 앞에 대형 스크린이 펼쳐져 내비게이션의 정보를 현실감 넘치게 전달해 준다.
포르쉐의 편의 장비는 '성능'에 집중되는 기술과 장비들을 말하는 것이 더욱 자연스럽다는 느낌이지만, '편안함'을 위한 기술과 장비에도 이제는 충분히 어울리는 말이 되는 것 같다.

마칸 일렉트릭 4S를 타고 서울을 빠져나가 올림픽대로와 고속도로를 주행하며 느낀 첫 느낌은 "역시 빠르다, 포르쉐 답다"가 아닌, "너무 편한데? 왜 평범하지?"였다.

당연히 진짜 포르쉐의 성능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매직 다이얼도 있다. 'Sport', 'Sport plus' 모드를 선택하면, 마칸 일렉트릭은 마치 세포 하나하나 서있는 듯한 날카로운 감각과 언제든 달려나갈 모든 준비를 마치고 조용히 가속페달과 스티어링 조작을 기다린다.
'Normal' 모드로 주행하는 동안에는 고성능을 위해 70년 넘게 개발해 온 모든 기술은 '편안함'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가볍게 움직이는 스티어링 휠과 의외로 어느 정도 답력이 필요한 가속페달은 충분히 일반적인 여성 고객은 물론 포르쉐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의외의 즐거움을 줄 수도 있어 보인다.
에어 서스펜션은 도로의 상황에 적극 대응하며 움직임을 억제해 나간다. 가속페달은 일상의 용도로 사용하게 되는 경우에도 절대 다급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스티어링 휠은 예민하지만 결코 과한 움직임이 없다.
덕분에 시내 주행 시, 고속 주행 시 포르쉐에 타고 있다는 것을 잠시 잊고 편안함을 내세우는 세단을 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물론, 스포츠 모드로 다이얼을 돌리기 전까지는 그랬다.

편안함을 위한 필수 요소인 마칸 일렉트릭의 시트는 4S의 경우 적당한 사이드 볼스터와 앉아 있을 때 허리부터 허벅지까지 적당히 감싸주는 느낌이 더 강하다. 성격을 굳이 말하자면 스포츠 시트의 형태에서 지지력을 적당한 수준까지 허용하며 범용성을 더 생각한 형태다. 다만, 터보의 경우 꽉 끼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마치 911에 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더 강하다.
아름다운 절경이 펼쳐지는 산속 와인딩 코스 주행을 위해 국도로 이동하는 동안 수없이 나타나는 도로 방지턱은 마칸 일렉트릭이 탑승자의 편안함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부드럽고 깔끔하게 허들을 넘어가는 것처럼 스트레스가 거의 없다.
포르쉐 마칸 일렉트릭은 특정한 상황(급가속, 와인딩 로드 주행, 트랙 주행)이 아니라면 시종일관 편안하다는 생각이 계속 든다. 이런 포르쉐를 처음 만나고 시승을 하게 된다면, 스포츠카의 거칠고 딱딱하고 다루기 힘들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도 대부분 생각이 바뀌게 될 것 같다.
동시에 운전자의 의도를 스티어링 휠과 가속페달, 브레이크의 가벼운 조작만으로도, 이를 미리 알아차리고 준비해 움직이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또 운전자의 시야에 들어오는 방향으로 정확하게 오차 없이 부드럽게 움직여준다.

포르쉐가 잘하는 "극한의 짜릿함 가득한 주행"은 당연히 느낄 수 있다. 언제든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시작되는 폭발적인 가속의 교향곡은 귀를 즐겁게 만든다.
때로는 마치 따사로운 햇볕이 스며드는 숲속의 카페에 앉아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즐기며 듣는 부드러운 재즈의 선율과 같은 편안함으로 다가온다. 이러한 매력은 마칸 일렉트릭이 "일부를 위한 포르쉐"가 아닌 "모두에게 다가갈 수 있는 포르쉐"의 포지셔닝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중요한 치트키가 아닐까 싶다.
내연기관도 아닌데, "터보"라고?

'터보(turbo)', 당연히 포르쉐라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단어이자 포르쉐 라인업의 정점에 있는 모델을 의미하는 단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첫 번째 순수 전기차 타이칸에도 너무나도 당연하게 터보 모델은 존재하고, 두 번째 순수 전기차 마칸 일렉트릭에도 가장 높은 곳에 터보는 당당히 자리 잡았다.
어떻게 내연기관의 상징인 터보가 전기차에도 이렇게 거침없이 사용되고 있나 생각이 든다. 이성적으로는 물음표가 생기지만, 감성적으로는 연식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포르쉐에게 '터보'는 내연기관의 그것을 상징하는 좁은 의미를 벗어나 전동화 시대를 만나 아이콘과 같은 느낌으로 그 의미를 넓혔고, 차별화된 스토리를 만들어 가기 시작했다. 지난 1974년 포르쉐 911에 처음 탑재된 터보차저는 70년 넘는 세월 포르쉐 라인업에서 가장 강력한 성능과 동의어로 사용돼 왔다.
전기차에게 그런 터보는 필요 없으니,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터보'라는 단어가 갖는 무게만큼이나 압도적 퍼포먼스를 내야 하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대신 터보에는 마력 대신 '감성'이 추가된다. 터보는 일반적인 알록달록(?) 한 컬러 로고 대신 터보 나이트 메탈릭 톤을 적용한 로고와 더 어두운 컬러의 레터링, 터보 전용 휠 등 '감성 마력'을 최대치까지 높여 또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기본 최고출력 584마력(오버부스트 시 639마력)을 내는 마칸 일렉트릭 터보는 마칸 일렉트릭 4S와 같은 차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다르다. 예민하기로 치면 100m와 400m 달리기 결승을 준비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4S의 스포츠 모드에서 달려나가는 상태가 터보에서는 노멀 모드에서 바로 느껴진다. 잠시 여유로운 풍경을 감상하고 있으면 눈앞에 있던 마칸 일렉트릭 터보는 축지법을 쓰듯 도로를 움켜쥐며 시야에서 사라져 간다.
얇은 두께로 손에 쏙 들어오는 알칸타라 소재가 가득 사용된 스티어링 휠은 가볍게 잡고 돌려도 단 1mm의 미끄러짐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손바닥에 차분하게 감기고, 시트는 어떤 움직임에도 흔들림 없는 고요함을 주려는 듯 운전자를 감싸안는다.
리어 액슬 스티어링은 마칸 일렉트릭 터보의 움직임을 과장하면 말도 안 되게 민첩하게 만들어 준다. 코너가 보이면 "이 정도에서 꺾으면 되겠지" 하는 예상은 적응이 되는 순간까지 여지없이 틀린 오답이 된다.

최대 5도의 후륜 움직임은 고속 추월 시에도, 코너를 만나도, 좁은 길에서 유턴을 할 때에도, 주차할 때에도 각각의 상황에 맞게 최적의 움직임을 보여주며 운전자에게서 긴장과 스트레스를 낮춰준다. 오히려 "이게 가능하네"라는 감동적인 순간도 맛볼 수 있다.
모든 포르쉐가 당연한 듯이 완벽에 가까운 핸들링 성능과 폭발적 가속, 놀라운 제동 능력을 보여주지만 '터보' 레터링이 적용된 모델은 내연기관이든 전기차든 한 차원 더 높은 수준에서 만족감을 보여준다.
걱정하지 마세요, 나는 포르쉐입니다.

포르쉐는 연비가 좋지 않다는, 참을 수 없는 가속감을 느끼는 대신 포기해야 하는 것이 연비라는 생각을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칸 일렉트릭 4S, 터보는 과연 얼마를 달려야 배터리가 10% 이하로 내려갈까, 진짜 포르쉐 타고 속초까지 충전 없이 갈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은 시승을 시작하는 오전 10시에 들었던 생각이었고, "아직도 10% 이상 남아있네?"라는 생각은 시승이 종료된 오후 5시에 들었던 생각이다.
참고로, 주행 가능 거리는 마칸이 474km, 마칸 4가 454km, 마칸 4S가 450km, 마칸 터보가 429km다.
서울을 출발해 가평과 춘천, 구롱령을 거쳐 속초까지 약 350km 가까이 주행하는 것, 분명 시승하는 동안 정속 주행보다는 가속과 감속이 더 많을 것 같다는 것, 연비에 좋지 않은 고속도로와 해발 600m 이상의 고저차로 가득한 산길을 달리는 코스였기에 중간 기착지에서 한 번은 충전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포르쉐 마칸 일렉트릭은 이런 생각 앞으로는 하지 말라는 듯 목적지에 도착해서도 10%정도 배터리를 남겨두는 나름대로의 여유를 보여줬다.
오히려 작동하고 있는지 아이콘을 보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회생 제동 기능이 내리막길에서 적극적으로 작동하며 배터리를 조금씩 채워 온 덕분이기도 하다.
포르쉐는 이 회생 제동 기능을 특별히 강조했고, 실제 배터리 잔량을 고려하지 않고 주행했음에도 마지막 50km 구간에서는 10km 정도는 더 갈 수 있을 만큼 충전이 된 상태였다.
고속도로를 이용해 정속 주행과 스포츠 주행을 하며 속초까지 오갈 경우라도 충전으로 인한 불편함은 무조건 없을 수밖에 없겠다. 고속도로를 피해 산과 산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달리는 가혹한 주행 조건에서도 배터리를 잔량이 남았다. 처음 출발할 때도 배터리 잔량이 100%가 아니었기 때문에 마지막에 남아 있는 잔량에 놀라고 충전에 대한 걱정도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포르쉐는 언제나 그랬다. 최고의 성능을 내는 동시에 최고의 효율을 내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전기차라고 다를까 싶지만 그런 것은 포르쉐에게는 불필요하다.
마칸 일렉트릭 역시 최적의 밸런스가 무엇인지 알고 있고, 실제 라인업으로 증명하고 있다. 고성능이 필요하다면 4S나 터보를 찾아가면 만족할 것이고, 일상에서 포르쉐의 스포티한 감성과 럭셔리, 편안함을 찾는다면 기본형 모델이 만족감을 극대화 해줄 것이다.
자동차 자체에서 완벽의 밸런스를 찾는 것은 기계적인 부분이 더 맞는 말일 것이고, 타는 사람의 라이프 스타일과 성향에 맞춰 완벽한 밸런스를 찾는 것은 다양한 라인업을 통해 가능하리라 본다.
포르쉐 마칸 일렉트릭은 엔트리, 포르쉐 입문자용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밸런스를 갖추고 있다.
기본 가격에 옵션을 추가하게 되면 올라가는 가격에 한두 번쯤은 놀라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차의 키를 받고 일상을 함께 하게 되면 포르쉐가 곳곳에 준비해둔 깜짝 선물을 찾아내듯 편안함과 즐거움을 즐기며 행복한 미소를 지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