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글로비스는 4일, 소유 중인 모든 자동차운반선(32척)에 화재 진압 특수 장비인 ‘EV 드릴 랜스(EV-Drill Lance)’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이 장비는 완성차 해상운송 중 발생할 수 있는 전기차 화재를 신속하게 진압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EV 드릴 랜스는 전기차 하부 배터리팩에 직접 구멍을 뚫어 물을 분사해 화재를 효과적으로 진압하는 장비다. 소화전 호스에 연결된 랜스를 차량 아래로 삽입한 뒤, 강한 수압을 이용해 터빈을 회전시키고 드릴을 작동시킨다. 드릴은 약 2분 안에 차량과 배터리팩을 관통해 물을 주입하며, 이를 통해 배터리 내부 발화를 빠르게 억제한다.
선박 화재는 적재 차량이 밀집된 구조로 인해 초기 진압이 매우 중요하다. EV 드릴 랜스를 활용하면 화재 확산을 막고 진화 시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 10월 ‘글로비스 시리우스’호에 처음 해당 장비를 도입한 후, 연말까지 모든 자동차운반선에 적용을 완료했다.
현재 현대글로비스는 EV 드릴 랜스의 전동화 연구도 진행 중이다. 장비 부속품을 원격 조종이 가능하도록 개량하면, 선원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화재를 진압할 수 있어 안전성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전동화된 장비는 사람이 직접 이동시키는 것보다 빠르게 작동해 초기 대응 시간을 더욱 단축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현대글로비스는 선박 맞춤형 화재 대응 체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신규 화재 관제 시스템 ‘스미그(SMIG)’를 5척의 선박에 도입했다. 스미그는 약 1,000개의 열·연기 감지기와 경보기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해 화재 발생 시 조타실 모니터에 화물칸 평면도를 띄우고, 정확한 화재 위치를 실시간으로 표시하는 기술이다. 온도 및 연기 농도를 수치로 제공해 초기 대응을 지원하며, 올해 안에 모든 선박에 설치될 예정이다.
이 외에도 현대글로비스는 2022년부터 모든 자동차운반선에 불연성 천으로 제작된 ‘질식소화 덮개’와 ‘물 분무창’ 등 특수 화재진압 장비를 10개 이상 배치했다. 또한, 전기차 선적 전 배터리 충전량을 최소화하고, 각 데크(층)에 CCTV를 설치해 차량 상태를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등 다각적인 화재 예방 조치를 시행 중이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강화된 해상운송 화재 대응 시스템을 통해 보다 안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운송 경쟁력을 높여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