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 TSMC가 엔비디아에 납품하기 위한 첨단 패키징 공장을 대만 현지에 증설한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대만 공상시보 등 외신에 따르면,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지난주 웨이저자 CEO와 면담을 통해 첨단 패키징을 비롯한 차세대 기술 공정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TSMC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제조를 위한 CoWoS-L 공정 적용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CoWoS는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칩을 하나의 기판 위에 쌓아 처리 능력을 높이는 동시에 공간을 줄이고 전력 효율을 높인 패키징 공정이다. TSMC는 이전 세대의 CoWoS-S와 함께 공정 효율을 높인 CoWoS-L 공정을 엔비디아에 제공할 예정이다.
AI 가속기 시장을 장악한 엔비디아는 매년 성능이 개선된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성능뿐만 아니라, 공정 난도도 올라가 첨단 미세 공정과 함께 칩을 최종 제품 형태로 패키징하는 공정 등을 제공하는 TSMC와 대만 내 제조 생태계와의 협력 관계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올 하반기 양산을 개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CoWoS-L은 엔비디아의 GB300 등 차세대 제품에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인 블랙웰 시리즈가 발열 문제를 겪으면서 TSMC의 첨단 패키징 공정 등 양산 계획에도 차질을 빚을 것이란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블랙웰 칩이 장착된 서버 랙의 첫 번째 출하분에서 과열이 발생하고 칩 간 연결 방식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일부 주문이 연기·취소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황 CEO는 “TSMC의 CoWoS에 대한 수요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생산능력을 늘려야되는 상황”이라며 논란을 일축했다.
TSMC는 늘어나는 수요에 현재 진행 중인 시설 투자에서 첨단 패키징 공장 2개를 추가로 건설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웨이저자 CEO는 “엔비디아를 비롯한 고속컴퓨팅(HPC) 관련 주문이 예상보다 많아 첨단 패키징 공장 건설을 위해 다시 한 번 막대한 비용을 지출했다”고 말했다.
대만 경제일보는 “첨단 패키징 공장 2개를 새로 건설할 예정이며 예상 투자액은 2000억위안(약 39조6,880억 원) 이상”이라며, “신규 첨단 패키징 팹을 포함해 단기적으로 총 8개의 공장이 증설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당장 칩을 제조하기 위한 공정 외에도 '실리콘 포토닉스' 등 상용화를 앞둔 차세대 기술에 대한 논의도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실리콘 포토닉스는 기본 반도체 신호 전달 방식을 전기에서 전자·빛으로 구현한 기술이다. 구리 등 금속으로 데이터가 이동하는 기존 방식보다 빠르다. 삼성전자와 인텔도 기술 도입을 준비 중이다.
TSMC는 올 하반기 엔비디아가 출시 예정인 GB300 칩과 차세대 제품인 루빈 플랫폼에 관련 기술을 채택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 전송 속도뿐만 아니라 신호 간섭과 칩의 과열 문제를 방지하는 데에도 효과가 있는 기술”이라며, “엔비디아 외에도 브로드컴 등도 관련 기술을 활용한 반도체 제조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한편, 황 CEO는 대만 일정을 마치고 팀 쿡 애플 CEO와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등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엔비디아의 중국 베이징 지사를 방문한 것으로 파악됐다.
황 CEO는 중국을 방문해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에 진출한 지 25년이 됐다.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시장과 국가 중 하나의 현대화를 위해 함께 기여한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