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자사의 음성 비서 ‘시리(Siri)’의 명칭 변경을 검토 중이라는 분석이 제기되며, 인공지능 전략 전면 수정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TF인터내셔널의 유명 애플 애널리스트 밍치궈(Ming-Chi Kuo)는 10일 “애플이 WWDC 2025를 앞두고 인공지능(AI) 전략을 근본적으로 재정비할 계획을 세웠고, 그 일환으로 시리의 이름을 바꾸는 방안까지 검토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움직임은 단순한 리브랜딩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지난 수년간 기대에 못 미쳤던 애플의 AI 전략에 대한 일정 수준의 실패 인정과 함께, 새 출발을 위한 결단으로 읽힐 수 있다.
올해 WWDC 2025에서 애플은 운영체제의 새로운 디자인과 일부 사용자 경험 개선 요소들을 소개했지만, AI 관련 발표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다.

많은 업계 전문가들이 기대했던 AI 중심 발표는 거의 없었고, 시리 역시 기존의 모습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밍치궈는 시리와 함께 ‘애플 인텔리전스’의 이름까지도 바뀔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했다. 당장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향후 수개월 내 변화가 뒤따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시리는 2011년 아이폰4S에 처음 탑재될 당시, AI 음성 비서 시장에서 가장 앞선 기술로 주목받았다.
당시 애플은 시리를 DARPA(미 국방부 고등연구계획국) 프로젝트에서 파생된 스타트업으로부터 인수했으며, 복잡한 명령을 자연어로 처리할 수 있는 진정한 AI 도우미를 목표로 내세웠다.
하지만 시리는 시간이 흐르며 아마존의 알렉사, 구글 어시스턴트와의 경쟁에서 점차 뒤처졌다.
특히 플랫폼 개방성 측면에서 Siri는 ‘애플 생태계 전용’이라는 제한적 전략을 고수하며 외연 확장에 실패했다.
더불어 시리는 인식 정확도, 반응 속도, 기능성 등에서 꾸준히 비판을 받아왔다. 반면 최근 몇 년 사이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의 부상은 시리의 약점을 더욱 부각시켰다.
최근 내부 정보에 따르면, 애플의 AI 시스템은 챗gpt 대비 정확도가 약 25% 낮고, 처리 가능한 질문 수도 30%가량 적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애플이 자사 AI 성능을 대폭 끌어올리지 못할 경우, 향후 AI 주도권 경쟁에서 더욱 밀릴 수 있다는 경고로 해석된다.
밍치궈는 “시리의 이름을 바꾸는 것은 단순한 리브랜딩이 아니라, AI 경쟁에서 다시 출발하겠다는 애플의 상징적 선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단순한 명칭 변경만으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핵심은 사용자에게 실질적 효용을 제공할 수 있는 AI 기술력 확보와, 시리를 오픈된 생태계로 확장할 수 있는 전략 전환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