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슈퍼마켓 냉동고 동시다발 해킹⋯수십곳 식품 대량 폐기

 

냉장·냉동시설 사이버 공격에 온도 최대 50도 상승

유럽 전역의 슈퍼마켓 냉장·냉동시설을 겨냥한 사이버 공격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사진: 독일 포츠담 REWE 슈퍼마켓)
유럽 전역의 슈퍼마켓 냉장·냉동시설을 겨냥한 사이버 공격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사진: 독일 포츠담 REWE 슈퍼마켓)

유럽 전역의 슈퍼마켓 냉장·냉동시설을 겨냥한 사이버 공격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 식품을 대규모 폐기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2일(현지 시간)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벨기에와 룩셈부르크, 스웨덴, 아일랜드, 에스토니아, 네덜란드, 핀란드 등 유럽 최소 7개국의 슈퍼마켓에서 냉장·냉동시설의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일부 매장에서는 냉동고 온도가 영상 50도까지 치솟아 보관 중이던 육류와 냉동식품 등을 대량 폐기했다.

벨기에에서는 대형 유통업체 아홀드 델하이즈가 운영하는 델하이즈 슈퍼마켓 약 40곳이 피해를 입었다. 프랑스계 유통업체 까르푸도 벨기에 매장 15곳에서 냉장시설 이상이 발생했으며, 콜루이트그룹이 운영하는 스파 매장 5곳도 공격 대상에 포함됐다.

벨기에 앤트워프 인근의 한 육류 전문점에서는 냉장시설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약 1만5000유로 상당의 육류가 손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매장에서는 직원들이 냉장장비의 네트워크 연결을 차단하고 온도를 수동으로 조정하는 등 긴급 대응에 나섰다.

스웨덴에서도 대형 슈퍼마켓 체인 ICA와 쿱이 피해를 입었다. 스톡홀름의 한 ICA 매장에서는 새벽 2시께 발생한 사이버 공격으로 냉동고 온도가 영상 50도까지 상승하면서 보관 중이던 식품을 폐기해야 했다.

아일랜드에서는 식품유통업체 머스그레이브가 운영하는 슈퍼밸류 매장 13곳에서 냉장·냉동시설이 영향을 받았다. 에스토니아에서도 일부 슈퍼마켓의 냉장시설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했으나, 신속한 대응으로 피해를 제한한 사례가 확인됐다.

이번 공격은 일반적인 전산망 마비나 고객정보 탈취와 달리 슈퍼마켓의 실제 냉장·냉동 설비를 직접 조작했다는 점에서 우려를 키우고 있다.

해커들은 인터넷에 연결된 냉장·냉동장비의 원격 제어 시스템에 침입해 증발기 작동 상태를 제상 모드로 전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상 모드는 냉각장치에 쌓인 성에를 제거하는 기능으로, 비정상적으로 작동할 경우 냉장·냉동시설 내부 온도가 상승할 수 있다.

특히 대형 슈퍼마켓들은 여러 매장의 냉장시설을 중앙 시스템에서 관리하고 있어 보안 취약점이 악용될 경우 다수 매장이 동시에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

앞서 프랑스에서도 지난 10월 12일 수백 개 슈퍼마켓과 소매점의 냉장·냉동시설을 겨냥한 사이버 공격이 발생했다. 당시 해커들이 원격으로 온도 제어 시스템을 조작하면서 대량의 식품 폐기가 발생했으며, 일부 냉각장치에서는 화재 피해까지 보고됐다.

이번 사태로 유럽 유통업계에서는 식품 공급망과 냉장·냉동시설의 보안 취약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냉장시설을 겨냥한 공격은 제품 폐기와 재고 손실뿐 아니라 판매 중단, 재입고 비용 증가 등 유통업체의 직접적인 경제적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유럽연합(EU)도 식량 공급 시스템을 겨냥한 사이버 공격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크리스토프 한센 EU 농업·식량담당 집행위원은 식량안보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관련 당국이 공격 경위와 피해 규모를 조사하고 있지만 공격 주체는 확인되지 않았다. 지난달 프랑스에서 발생한 공격과 이번 유럽 각국의 사고가 동일한 조직에 의해 이뤄졌는지도 규명되지 않은 상태다.

냉장·냉동시설의 디지털화로 유통 효율성이 높아진 반면, 원격 제어 시스템이 새로운 보안 취약점으로 부상했다는 점에서 유럽 유통업계의 설비 운영과 사이버 보안 체계 전반에 대한 점검이 불가피해졌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