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산업은행 추천 이사 3명 임기 만료⋯감사위원 선임 표 대결

호반그룹이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분을 지속적으로 매입하면서 그 배경과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이 우호 지분을 바탕으로 경영권 방어에 나서고 있어 호반그룹이 당장 경영권 확보를 강행하기보다는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진입을 시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개정 상법에 따라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의 의결권이 제한되는 만큼, 호반그룹이 감사위원 선임을 통해 한진칼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4일 재계에 따르면 호반그룹은 최근 한진칼 주식을 추가 매입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지난 7월 기준 호반그룹의 한진칼 지분율은 20.15%로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율 20.57%에 0.42%포인트 뒤져 있었다. 호반그룹은 이후 추가 지분 매입으로 조 회장 측 지분율을 넘어섰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호반그룹의 지분 확대에 조 회장도 방어에 나섰다. 조 회장은 지난 2일 한진칼 보통주 32만5,000주를 주당 11만4000원, 총 370억5000만원에 매입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거래는 오는 12월 3일부터 내년 1월 1일까지 시간외대량매매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외부 주주로부터 예정된 물량을 모두 취득하면 조 회장 개인 지분율은 5.75%에서 6.23%로, 특수관계인 합산 지분율은 20.57%에서 약 21.06%로 높아진다.
조 회장 측은 이번 매입 목적을 책임경영 강화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호반그룹의 지분 확대에 대응해 최대주주 지위를 지키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호반그룹이 지분을 추가 확보하더라도 당장 한진칼 경영권을 장악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델타항공과 LX판토스, GS리테일 등 조 회장 측 우호 주주들이 상당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가 양측의 새로운 승부처로 떠오르고 있다.
내년 3월에는 산업은행이 추천한 배성례·송백훈·홍동표 독립이사 3명의 임기가 만료된다. 이 가운데 송백훈 이사의 자리는 다른 이사들과 별도로 선출하는 감사위원 자리여서 일반 이사 선임 대상은 2석이다.
한진칼은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을 삭제하고 이사 수 상한을 11명에서 9명으로 축소했다.
집중투표제로 이사 2명을 선출할 경우 1석을 확보하려면 출석 의결권의 3분의 1을 넘어서는 표가 필요하다. 지난 3월 주총 출석률 94.24%를 적용하면 호반그룹의 지분은 출석 의결권의 약 21% 수준에 그친다.
따라서 호반그룹이 일반 이사 1명을 선임하려면 다른 주주들로부터 상당한 추가 지지를 확보해야 한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의결권 제한이 큰 감사위원 선임이 현실적인 진입 경로로 거론된다.
핵심은 올해 7월부터 시행된 개정 상법의 '합산 3%룰'이다. 개정 상법에 따르면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는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산해 의결권을 최대 3%까지만 행사할 수 있다. 반면 최대주주가 아닌 일반 주주는 원칙적으로 각 주주별로 3% 제한을 적용받는다.
호반그룹이 최대주주가 아닌 상태를 유지할 경우 계열사별 지분 구조에 따라 감사위원 선임에서 조 회장 측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의결권을 확보할 여지가 있는 것이다. 제시된 지분 구조를 기준으로 호반건설과 호반호텔리조트가 각각 3%의 의결권을 행사하고 다른 계열사 지분을 더하면 호반 측 행사 가능 의결권은 약 6.32%로 추산된다.
반면 조 회장 측이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면 특수관계인 합산 지분이 20%를 넘더라도 감사위원 선임에서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은 3%로 제한된다.
다만 조 회장 측에는 델타항공과 LX판토스, GS리테일, 네이버 등 우호 주주가 있기 때문에 이들이 기존 입장을 유지하면 호반그룹이 감사위원 1석을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결국 양측의 표 대결에서 산업은행과 국민연금의 판단이 핵심 변수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한진칼 지분 10.58%, 국민연금은 5.11%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산업은행은 2020년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지원 과정에서 한진칼에 투자하고 이사 추천권을 확보한 주요 주주다. 감사위원 선임 표결에서는 산업은행 역시 의결권이 최대 3%로 제한되지만 어느 후보를 지지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국민연금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반대표를 행사한 바 있어 향후 주총에서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호반그룹이 산업은행의 지분을 직접 인수하는 경우에는 계산이 더욱 복잡해진다. 지분 확대로 최대주주가 되면 감사위원 선임에서 오히려 특수관계인 합산 3% 제한을 적용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일반 이사 선임에서는 지분 확대가 집중투표제에 따른 의석 확보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시장에서는 호반그룹의 지분 매입을 경영 참여를 위한 포석으로 보는 시각과 투자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호반그룹은 과거에도 주요 기업의 지분을 확보해 투자수익을 실현한 전례가 있다. 이에 따라 한진칼의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높여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이 투자 목적 중 하나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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