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부자들 금고, 스위스서 아시아로⋯홍콩, 글로벌 자산관리 1위

 

홍콩 역외자산 2조9500억달러 스위스 추월·싱가포르도 2조달러 돌파

세계 부유층들이 애용하는 스위스 중앙은행의 금괴 보관소(이미지 출처:  크립토데일리체크)
세계 부유층들이 애용하는 스위스 중앙은행의 금괴 보관소(이미지 출처:  크립토데일리체크)

 세계 부유층의 자산이 스위스에서 홍콩과 싱가포르 등 아시아 금융허브로 이동하고 있다. 지정학적 갈등과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고액 자산가들이 전통적인 유럽 금융 중심지 대신 아시아의 금융 인프라와 제도적 안정성에 눈을 돌리고 있다.

3일 글로벌 컨설팅업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2026 글로벌 부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홍콩에 예치·관리된 해외 고객의 금융자산은 2조9500억 달러로 전년 대비 10.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스위스의 역외 관리 자산은 2조9400억 달러로 7.6% 늘었지만 홍콩에 근소한 차이로 추월당했다. 싱가포르도 약 2조1000억 달러의 역외 자산을 관리하며 3위에 올랐다.

스위스가 여전히 세계 부자들의 막대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신규 자산 유입과 성장 속도에서 아시아 금융 중심지들이 스위스를 앞지르고 있다.

지난해 기준 글로벌 역외 금융자산 규모는 15조7,000억 달러로 전년보다 8.4% 증가했다. 이 가운데 홍콩과 싱가포르가 합쳐 관리하는 자산은 약 5조 달러를 넘어섰다. 전체 역외 자산의 약 3분의 1이 두 아시아 금융허브에 집중된 셈이다.

BCG 2025년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홍콩의 역외 관리 자산은 전년보다 2310억 달러 증가했고, 싱가포르도 2040억 달러가 늘었다. 반면 스위스의 증가액은 1540억 달러에 그쳤다. 싱가포르의 역외 자산 증가율은 11.9%로 주요 금융허브 가운데 가장 높았으며 홍콩도 9.6% 가량 성장했다. 반면 스위스는 6.0% 증가에 머물렀다.

싱가포르는 중국과 인도,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유입되는 자금이 성장을 이끌었고 홍콩은 중국 본토 자산가들의 해외 투자 수요를 흡수했다. 반면 스위스는 신규 자금 유입보다 기존 투자자산의 시장가치 상승이 자산 증가에 더 크게 기여했다.

스위스계 글로벌 자산관리은행 줄리어스 베어는 "스위스에 보관되던 일부 아시아 고객 자산이 홍콩과 싱가포르 등으로 돌아가고 있으며, 유럽에서 이탈한 러시아 관련 자산도 중동으로 이동하는 등 기존 자금 흐름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아시아 금융허브가 최근들어 글로벌 자산관리 시장을 주도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과거 스위스가 금융 비밀주의와 자산보호 전통을 바탕으로 세계 부유층의 대표적인 자산관리 거점 역할을 했다면 최근에는 자산가들이 거주 지역과 가까우면서도 안정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로 자금을 분산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싱가포르의 경쟁력은 정치적 안정성과 규제의 예측 가능성, 국제 금융시장과의 연결성에 기인한다.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현지 자산관리 조직을 확대하고 있으며, 초고액 자산가들이 가족 자산을 통합 관리하고 상속·승계를 준비하는 패밀리오피스도 빠르게 늘고 있다.

홍콩은 중국 본토의 막대한 부를 국제 금융시장으로 연결하는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 BCG에 따르면 홍콩 역외 관리 자산에서 중국 본토 관련 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60%를 넘는다. 중국 기업의 기업공개(IPO) 확대와 증시 상승도 지난해 홍콩 금융자산 증가에 기여했다.

다만 홍콩은 중국 경제와 정책 변화에 민감하고 미국 달러에 연동된 환율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금융·지정학적 위험에 노출돼 있다. 

아시아의 금융 중심지 부상은 경제력 확대와도 맞물려 있다. 중국과 인도, 동남아시아에서 새로운 부가 창출되고 있고 반도체와 첨단기술, 글로벌 제조업 공급망에서도 아시아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투자자산을 역내에서 관리하려는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이들 외에 일본과 호주도 안정적인 제도와 성숙한 금융시장을 바탕으로 또 다른 아시아 금융허브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BCG는 홍콩과 싱가포르의 역외자산은 2030년까지 연평균 약 9% 성장, 스위스의 예상 성장률 6%를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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