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타이칸 판매 6219대, 엔진차 중심 라인업 재편

독일 포르쉐 전동화 전략의 상징적 모델인 타이칸이 출시 11년 만인 2030년을 전후해 역사 속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커졌다.
판매량이 정점을 찍은 지 불과 3년 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데다 포르쉐가 자체 배터리 사업까지 정리하면서 타이칸을 중심으로 그렸던 전기차 성장 전략도 사실상 원점에서 다시 짜는 모습이다.
독일 경제주간지 WirtschaftsWoche는 최근 포르쉐가 타이칸 생산을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종료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내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당초 포르쉐는 슈투트가르트 주펜하우젠에서 생산하는 타이칸을 라이프치히 공장으로 이전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이 계획 역시 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포르쉐는 타이칸의 생산 종료를 공식적으로 확인하지는 않았으며, 마이클 라이터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7월 “단기적으로는 타이칸을 단종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포르쉐 내외부에서는 타이칸이 예상보다 빠르게 쇠퇴, 수익성 차원에서 생산중단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타이칸의 글로벌 판매량은 2023년 4만629대로 정점을 찍은 후 2024년 2만836대로 48.7%나 급감했고 2025년에는 다시 1만6339대로 21.6%가 줄었다. 2026년 상반기도 타이칸 판매량은 6219대로 전년 동기보다 25% 감소했다. 2023년 연간 판매량과 비교하면 불과 2년 반 만에 약 4배 가량 줄어든 셈이다.
포르쉐는 지난 2022년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당시 2030년 전체 신차 판매의 80% 이상을 순수 전기차로 대체하고 장기적으로는 매출액 대비 20%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첫 순수 전기 스포츠세단 타이칸의 성공을 발판으로 마칸과 카이엔, 911 등 후속 전기차종을 잇따라 투입, 고성능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잡는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전기차 시장은 포르쉐가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초기 프리미엄 전기차 경쟁에서는 가속력과 최고 속도, 충전전압, 서킷 기록 같은 하드웨어 성능이 중요한 차별화 요소였으나 전기차가 대중화되면서 경쟁의 무게중심이 가격과 주행거리, 충전 편의성, 소프트웨어, 연결성, 생산원가로 옮겨갔다.
특히, 빠른 제품 개발 능력과 공격적인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전기차업체들의 중국 내수시장 장악에 이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면서 포르쉐의 입지가 더욱 좁아졌다.
포르쉐의 중국 시장 판매량은 2025년 4만1938대로 전년 대비 26.3%가 감소했고 올 상반기에도 30% 가까이 하락했다.
특히, 포르쉐는 셀포스그룹(Cellforce Group)을 통해 고성능 배터리 셀을 직접 개발·생산하고 전기 스포츠카에 최적화된 배터리 기술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연간 30만대 안팎에 불과한 생산량으로는 CATL이나 BYD 같은 대형 배터리업체와 생산원가 경쟁을 벌이기는 쉽지 않았다.
결국 포르쉐 첫 전기차 타이칸이 보여준 것은 전기차 시대의 고성능 기술만으로는 포르쉐의 높은 원가 구조와 가격을 방어하기 쉽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이 어렵다는 사실을 일깨웠다.
포르쉐는 결국 지난해 셀포스의 고성능 배터리 생산 계획을 포기했고 배터리 사업 재편 등으로 2025년에 추가 비용 약 7억유로를 영업이익에 반영했다.
포르쉐는 2025년 매출액이 362억7000만유로로 전년보다 9.5%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4억1000만유로로 전년대비 92.7%나 급감했다. 영업이익률 역시 2024년 14.1%에서 2025년 1.1%까지 추락했다.
한때 20%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자랑했던 포르쉐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형편없는 실적이다.
실적 악화로 올리버 블루메 CEO가 2025년 말 자리에서 물러나고 페라리 최고기술책임자와 맥라렌 CEO를 지낸 마이클 라이터스가 올해부터 포르쉐 경영을 맡게 됐다.
마이클 라이터스 신임 CEO가 꺼내든 위기 탈출 카드는 무조건 판매량을 늘리고 전기차 비중을 확대하기보다 포르쉐가 가장 높은 가격과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영역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었다.
포르쉐의 핵심인 스포츠카 DNA를 살리는 대신 전기차 등 파생 차종 수를 줄이고 엔진 스포츠카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포르쉐는 미국에서는 이미 타이칸 일부 파생모델을 정리하는 등 제품군 축소에 들어갔다.
비핵심 사업 정리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포르쉐는 올해 보유 중인 부가티 리막 지분 45%와 리막그룹 지분 20.6%를 국제 투자 컨소시엄에 매각하기로 했다
포르쉐는 전기차 부문을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고 마칸과 카이엔 전기차 버전을 중심으로 순수 전기차 판매 비중을 24~26%로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다만 과거처럼 2030년까지 판매량의 80% 이상을 전기차로 전환한다는 목표는 사라졌다. 포르쉐는 신규 전기차 플랫폼의 개발 일정도 2030년 이후로 미루고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모델을 이전보다 오래 판매하기로 했다.
2030년 타이칸 생산 종료가 현실화된다면 단순히 한 개 전기차종의 단종보다 의미가 크다. 포르쉐가 ‘독일의 테슬라’ 전략을 접고 다시 ‘프리미엄 스포츠카 회사’로 돌아가는 전략적 전환점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