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서 누적 판매 10만대를 돌파한 제네시스 GV80이 대미 25% 관세 부과 여파로 가격 경쟁력 위기를 맞고 있다.
고관세 부담 속에서도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경쟁 모델 대비 불리한 조건이 지속되면 가격 역전 현상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30일 제네시스에 따르면, 준대형 SUV GV80은 2020년 미국 시장 진출 이후 지난달까지 누적 판매 10만446대를 기록했다.
올해 1~8월 기준 1만7009대가 팔리며 전년 동기 대비 20% 성장하는 등 프리미엄 SUV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2021년에는 유명 골프 선수 타이거 우즈가 GV80을 운전 중 전복 사고를 당하고도 큰 부상 없이 생존해 차량 안전성이 주목받았다.
최근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가족이 탑승하는 공군기 인근에서 GV80이 포착되며 이목을 끌기도 했다.

이러한 GV80의 미국 내 시작가는 5만7700달러로, BMW X5(6만7600달러), 벤츠 GLE(6만2250달러)보다 약 1만 달러 저렴해 가격 경쟁력이 있었지만, 한미 무역 협상이 지연되며 한국산 차량에 25% 고율 관세가 부과되고 있는 상황이다.
GV80은 현대차 울산 공장에서 전량 생산돼 미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적용으로 그간 사실상 무관세 혜택을 누렸으나, 최근 협상 교착으로 인해 관세가 재부과되면서 수익성에 큰 부담이 생기고 있다.
반면 BMW와 벤츠는 미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 중이다. BMW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스파턴버그에서 X5, X6 등을 생산하며, 벤츠는 앨라배마주 터스컬루사 공장에서 GLE 등 주요 모델을 제조 중이다. 이 같은 현지 생산 체제 차이가 관세 부담 여부를 가르는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
자동차 시장조사기관 콕스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제네시스의 미국 내 평균 거래가격(ATP)은 6만4766달러로 렉서스·링컨 등 경쟁 브랜드보다 높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그만큼 시장 반응은 좋지만, 고관세가 반영될 경우 가격 매리트가 사라져 판매 타격이 우려된다.
일각에선 GV80처럼 고마진 프리미엄 SUV가 관세 부담으로 인해 팔릴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기아가 매달 부담하게 되는 대미 관세 총액은 최대 7000억원에 달할 수 있으며, 현대차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4.3% 감소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현지 생산 확대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생산되는 제네시스는 중형 SUV GV70이 유일하며, GV80을 포함한 다른 모델은 모두 한국에서 생산된다.
현대차는 최근 뉴욕에서 열린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제네시스의 미국 현지 생산 차종 확대 계획을 공식화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COO는 “제네시스의 성장을 위해선 미국 내 생산 확대가 필수”라며 “GV70 외 다른 모델도 현지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2026년 출시 예정인 플래그십 전기 SUV ‘GV90’이 미국 생산 모델이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현대차는 현재 앨라배마(36만 대), 조지아(34만 대), 메타플랜트 아메리카(30만 대) 등 미국 내 총 100만 대 규모 생산 능력을 확보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네시스는 브랜드 이미지와 이익률 모두가 중요한 만큼, 관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현지 생산 전환이 더는 미룰 수 없는 전략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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