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GV90, 왜 공장까지 새로 지었을까?

 

샌프란시스코서 개발진 직접 나서 GV90 핵심 기술·개발 과정 공개

제네시스 GV90 테크 브리프에서 현대차그룹 R&D본부장 만프레드 하러 사장이 발표하는 모습
제네시스 GV90 테크 브리프에서 현대차그룹 R&D본부장 만프레드 하러 사장이 발표하는 모습

제네시스가 초대형 플래그십 전기 SUV GV90 개발 과정에서 기존 자동차 설계의 전제를 상당 부분 다시 손봤다. B필러가 없는 GV90 네오룬은 일반 GV90보다 오히려 차체 강성을 12% 높였고, 세계 최초로 적용했다고 밝힌 루프 에어백은 실제 도로에서 발생한 사고 3800만건을 분석한 끝에 개발됐다. 차량 생산을 위해 울산에는 전용 EV공장까지 새로 지었다.

제네시스는 지난 20일 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팰리스 오브 파인 아츠에서 글로벌 미디어를 대상으로 ‘GV90 테크 브리프’를 열고 차량 개발과 생산 과정에 적용한 주요 기술을 공개했다.

하루 전 같은 장소에서 열린 월드 프리미어가 차량 디자인과 상품성을 처음 선보이는 자리였다면 이번 행사는 GV90를 만든 연구개발·생산 책임자들이 직접 개발 배경을 설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만프레드 하러 현대차그룹 R&D본부장 사장을 시작으로 GV90 개발에 참여한 R&D본부와 제조솔루션본부 중역 6명이 개발 철학과 제품 구성, 네오룬 아치 게이트, 안전, 주행·정숙성, 제조 기술 등을 설명했다.

하러 사장은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히 새로운 SUV를 개발하는 일이 아니었다”며 “당연하게 여겨온 것들에 의문을 던지고 제네시스에게 럭셔리란 무엇인가를 스스로에게 묻는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허광훈 제네시스개발담당 상무는 GV90를 “제네시스가 지금껏 만든 차 가운데 가장 어려운 차”라고 표현했다. 플랫폼과 배터리, 전원체계, 차체, 인포테인먼트뿐 아니라 생산 공장까지 새로 구축했다는 설명이다.

제네시스 GV90 테크 브리프에서 제네시스개발담당 허광훈 상무가 발표하는 모습
제네시스 GV90 테크 브리프에서 제네시스개발담당 허광훈 상무가 발표하는 모습

가장 많은 설명이 집중된 기술은 GV90 네오룬의 ‘네오룬 아치 게이트’다. 차체에 고정된 B필러 없이 앞문과 뒷문을 서로 반대 방향으로 여는 코치도어 구조다.

B필러는 루프와 차체 바닥을 연결해 측면 충돌 하중과 차체 비틀림을 견디는 역할을 한다. 이를 없애면 일반적으로 차체 강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진다.

제네시스는 고정식 B필러가 담당하던 기능을 도어 구조와 차체 내부로 분산하는 방법을 택했다. 도어 안쪽에 보강구조를 적용하고 경주차의 롤케이지 개념을 차체에 재해석해 넣었다.

이대희 제네시스바디설계실장은 일반 스윙도어를 사용하는 GV90도 높은 차체 강성을 확보했지만 “GV90 네오룬은 그보다 12% 더 높은 강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앞서 제네시스가 공개한 GV90 네오룬에는 도어 내부 초고강도 듀얼 스틸빔과 차체·도어를 연결해 충돌 에너지를 분산시키는 구조, 탑승 공간을 감싸는 히든 롤케이지 등이 적용됐다.

제네시스 GV90의 제조 과정을 담은 영상 Sanctuary of Fineness의 장면
제네시스 GV90의 제조 과정을 담은 영상 Sanctuary of Fineness의 장면

루프 에어백은 법규상 충돌시험을 넘어 실제 사고 유형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개발됐다.

이승목 통합안전개발실 상무는 개발진이 실제 도로에서 발생한 사고 3800만건을 분석했고, 발생 빈도는 상대적으로 낮지만 중상 위험이 높은 전복 사고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GV90에는 회사가 세계 최초라고 밝힌 루프 에어백을 포함해 총 12개의 에어백이 적용된다. 전복이 발생하면 루프 에어백이 빠르게 펼쳐져 루프 글라스를 덮고 탑승객의 차량 밖 이탈이나 루프 충돌로 인한 부상 위험을 낮추는 방식이다.

현장에서는 GV90가 시속 110km로 달리다 경사로를 타고 전복되는 시험 영상도 공개됐다. 차량이 뒤집히는 순간 루프 에어백을 포함한 12개 에어백이 전개되는 과정이 담겼다.

이 상무는 “정해진 시험을 통과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객이 실제로 맞닥뜨릴 수 있는 순간까지 대비하는 것이 제네시스가 생각하는 안전”이라고 말했다.

제네시스 GV90의 제조 과정을 담은 영상 Sanctuary of Fineness의 장면
제네시스 GV90의 제조 과정을 담은 영상 Sanctuary of Fineness의 장면

주행 성능에서는 서로 상충하기 쉬운 안락함과 차체 제어 성능을 함께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GV90에는 전륜과 후륜에 각각 전자식 차동제한장치(E-LSD)를 넣은 듀얼 E-LSD가 적용됐다. 주로 고성능 차량에 활용돼온 장비를 초대형 플래그십 SUV에 적용해 네 바퀴의 구동력을 주행 상황에 맞춰 제어한다.

서스펜션에는 압축과 인장 때의 감쇠력을 각각 제어하는 모노튜브 타입 듀얼 밸브 전자제어 쇽업소버를 적용했다.

정성기 제네시스시험1실장은 “어떤 노면과 상황에서도 흐트러짐 없이 여유로운 주행을 제공하는 것이 제네시스가 생각하는 진정한 럭셔리”라고 설명했다.

제네시스 GV90 테크 브리프에서 제네시스프로젝트2실 안세진 상무가 발표하는 모습
제네시스 GV90 테크 브리프에서 제네시스프로젝트2실 안세진 상무가 발표하는 모습

제네시스가 GV90 개발에서 새로 만든 것은 차량만이 아니다. 생산을 위해 울산 EV공장을 구축하고 차체 제작부터 도장, 완성차 검사까지 신규 설비와 공법을 대거 적용했다.

차체 패널을 만드는 프레스 공정에는 6800톤급 서보 프레스와 패널 정밀 검사 설비가 들어갔다. 달항아리에서 착안한 GV90의 대형 곡면을 안정적으로 양산하기 위해서다.

알루미늄 사용 비중이 높은 차체를 조립하기 위해서는 알루미늄과 스틸 등 서로 다른 소재의 특성에 맞춰 접합하는 4가지 신규 공법을 적용했다.

완성된 차체는 자동 검사 장비가 표면 결함을 확인한다. 제네시스는 이 검사 장비의 검출 능력을 사람 시력의 약 6배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도장 공정에는 고객별 색상을 적용할 수 있는 맞춤형 컬러 부스를 설치했다. 낮은 온도에서 경화되는 신규 도료도 개발해 회사 측 기준 기존 방식보다 탄소 배출량을 최대 40% 줄였다.

제네시스 GV90의 제조 과정을 담은 영상 Sanctuary of Fineness의 장면
제네시스 GV90의 제조 과정을 담은 영상 Sanctuary of Fineness의 장면

완성된 차량의 정숙성 검사 방식도 바꿨다. 울산 EV공장 의장 공정에는 실제 주행환경을 공장 내부에서 재현하는 설비를 구축했다. 노면 요철을 모사한 롤러 위에서 차를 움직이고 차량에 최대 시속 160km의 바람을 가해 풍절음이나 잡음을 확인한다.

실외 시험로는 날씨와 노면 상태에 따라 조건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생산되는 차량을 동일 조건에서 검사하기 위한 설비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정재헌 제네시스생기실장은 제조 기술의 역할에 대해 “장인이 손으로 빚어내는 수준의 완성도를 양산 라인 위에서 모든 고객에게 똑같이 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네시스는 이날 울산 EV공장의 GV90 생산 과정을 담은 테크 필름 ‘Sanctuary of Fineness(완벽함이 빚어지는 곳)’도 처음 공개했다. 영상에는 6800톤 프레스에서 알루미늄 패널이 만들어지는 과정부터 차체 검사, 도장, 내장 조립과 최종 완성까지 GV90 생산 과정이 담겼다.

공정 과정에서 각각의 패널에 고유 코드를 레이저로 새기고 카메라가 장착된 로봇이 차체를 검사하는 장면도 공개됐다. 자동화 설비뿐 아니라 작업자가 다이얼 게이지로 단차를 측정하거나 표면을 직접 검사하는 과정도 함께 담았다.

영상에는 전자음악가 키라라(KIRARA)와 현대차그룹이 협업해 지난 13일 선공개한 음원 ‘정련(精鍊·Temper)’이 사용됐다.

허광훈 상무는 “GV90에 담긴 기술은 연구개발뿐 아니라 상품기획과 생산, 품질, 판매까지 전사가 새로운 기준을 세우며 함께 완성한 결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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