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 "당신에게 순수한 레이싱 DNA를 만들어 줄 일상의 슈퍼카" 마세라티 MCPURA

 마세라티 MCPURA

마세라티 MCPURA

 이탈리아의 스포츠카 브랜드에서 마세라티는 빠질 수 없는 존재다. 볼로냐에서 시작한 마세라티 역시 모터스포츠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록들을 남겼고, 레이싱 트랙에서 기술을 쌓아 도로로 가져오는 전형적인 이탈리아 방식으로 브랜드를 발전시켜왔다. 

마세라티의 로고는 마세라티의 고향 볼로냐 광장에 있는 바다의 신 넵튠 조각상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당시 화가였던 마세라티 가문의 넷째 마리오가 넵튠이 들고 있던 삼지창(트라이던트)에서 영감을 받아 로고를 그려낸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넵튠이 바다의 신으로 알려져 있지만 말의 수호신이기도 하다. 경마를 처음 시작한 신으로도 알려져 있으며, 넵튠은 제사 의식에서 항상 경마와 전차 경주를 즐겼다고 한다. 그러니 마세라티가 레이싱에 진심인 것은 운명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마세라티 MC12
마세라티 MC12

마세라티 라인업 중 MC로 시작하는 모델은 더욱 특별한 극한의 순수함을 갖는다. 2004년 등장해 마세라티의 존재감을 한번에 부각시킨 MC12 역시 MC(Maserati Corse=마세라티 레이싱)의 의미에 가장 극적으로 접근한 모델이다.

당시 MC12는 FIA GT 레이스에 참가하기 위해 레이싱카만 생산할 계획이었지만 도로용 모델이 있어야 하는 규정에 따라 레이싱용 25대, 도로용 25대 한정 생산한 모델이었고, 이후 마세라티의 라인업에 'MC'라는 이름은 레이싱카에 가장 가까운 모델로 인식되어 왔다. 

마세라티로서는 당시 콰트로포르테, 마세라티 쿠페, 마세라티 스파이더와 같은 럭셔리 세단과 GT를 판매하며 고성능 럭셔리 브랜드로 포지셔닝하던 시기였고, MC12의 출시는 페라리의 엔초 페라리와 등장 시기 역시 겹치며 잊혀져가던 마세라티의 본능이 여전히 살아 있음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나는 동안 마세라티는 경영상의 이유로 주인이 바뀌고 판매 모델의 단종과 새로운 모델 출시 역시 마세라티답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 등 어려운 않은 시기를 겪어왔다. 

그리고, 스텔란티스 그룹의 우산 아래로 들어간 마세라티는 2025년 그들이 가장 잘 했던 유려하지만 숨막힐 듯한 라인으로 이어진 디자인을 가진 차체와 폭발적인 출력을 내는 심장을 갖춘 MC20을 세상에 내놓으며 마세라티의 레이싱 DNA가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을 알렸으며, 더욱 극한의 야생에 가까운 MCPURA를 곧바로 공개하며 레이싱에 진심이었던 브랜드 DNA를 가장 순수한 방법으로 고객에게 알리기 시작했다. 

 

레이싱 DNA의 순수함, 시선을 사로잡는 디자인

마세라티 MCPURA
마세라티 MCPURA

마세라티 MCPURA는 도로를 달리면 만날 수 있는 일상의 스포츠카의 시각으로 보면 불편해 보이고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MCPURA를 레이싱카에서 시작해 일상도 달릴 수 있는 스포츠카로 본다면 숨조차 쉬는 것을 잊을 정도로 놀라운 부분들 역시 많아진다.

전통적인 레이싱카 스타일을 떠올리면 지면에 딱! 붙어있는 차체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루프의 높이가 평균적인 성인의 허리 높이 정도 되고, 마세라티 로고가 빛나는 커다란 프런트 그릴과 과하게 부풀어오른 라인들로 가득한 선과 면을 따라가다 보면 시선은 어느새 뒤로 향한다. 

모든 에너지를 더 빠르게 달리기 위한 공기역학을 치밀하게 계산한 것 같은 디자인으로 이어지는 외관에는 자랑스러운 로고가 너무도 많다. 특히, 운전석 뒤에 위치한 630마력의 힘을 내뿜는 V6 네튜노 엔진이 숨어 있는 곳에는 조명을 받으면 어두운 밤 파도가 바위에 부서질 때 보이는 하얀 물거품처럼 드러나는 넵튠의 삼지창이 새겨져 있다.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빛이 닿는 순간 빛나게 만들었다. 어두운 거리의 조명에 비치는 순간순간 족적을 남기듯 도로에 마세라티의 삼지창이 새겨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보통 프런트 그릴 뒤에 숨어 있거나 프런트 범퍼 일부를 차지하는 에어 인테이크는 도어 양쪽 뒷편 후륜 펜더 앞에 거대한 크기로 위치한다. 차량 주위의 공기를 다 빨아들여 블랙홀이 되어버릴 듯한 자신감으로 가득한 모습이다. 사이드미러에서 보는 맛이 기가 막힌데, 이 것 하나 만으로도 MCPURA를 사야할 이유가 된다. 

윗모습은 의외로 단정한 모습이다. 하지만, 살짝 무릎을 굽혀 보면 하부로 흐르는 공기를 단 하나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디퓨저가 은밀하게 숨어 있고, 엔진에서 가장 짧은 거리에 중앙으로 모여있는 배기구는 배기 효율성을 극대화 하는 것은 물론 엔진에서 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비밀이 아닐까? 주행 중 배기구에서는 오케스트라에서 나는 각각의 악기의 사운드처럼 수없이 다양한 사운드를 저음부터 고음까지, 심지어 바람이 흘러가는 소리까지 놓치지 않고 선율로 바꿔 운전자의 귀로 쉴새없이 전달한다.

마세라티 MCPURA는 스포츠카, 슈퍼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커다란 리어스포일러가 없다. 그래서 오히려 단정하고 평범하게 보인다. 하지만 이런 디자인의 저 아래에는 대형 스포일러따위 없어도 다운포스는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는 자신감으로 가득차 있을지도...  

 마세라티 MCPURA는 레이싱카의 DNA를 품고 있지만 도로를 즐겁게 달릴 수 있어야 한다는 목적을 위해 디자인을 가다듬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바라보는 모든이의 시선은 확실하게 끌어 당기는 매력을 가졌고, 보는 이들에게 지나가는 '찰나의 순간'만큼은 미소를 띄우게 만들기 충분하다.

 

타는 순간 도로가 트랙으로 바뀌는 마법같은 실내 공간

전자장비와 첨단 디지털 기능이 어느새 우리의 삶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 익숙해진 지금, MCPURA를 본다면 화려한 디지털의 결과물이 없어 아쉬움보다는 곳곳에 남아있는 아날로그의 향기에 더 반가워진다. 

MCPURA의 실내는 비싸고 윤기나는, 폭신폭신한 감촉의 가죽과 하이그로시 같은 소재를 사용하는 트렌드를 비웃듯 이 차가 어떤 차인지 계속 생각하라는 듯 온통 이탈리아산 알칸타라로 손과 눈이 닿는 곳을 감싸고 카본을 아낌없이 쓴 덕분에 운전석에 앉자마자 다른 세상으로 순간이동하는 듯한 느낌이다. 불쑥! 솟아오른 센터 터널은 단 2개의 버튼과 1개의 다이얼이면 충분하고, 그 뒤에 윈도를 여는 버튼과 오디오 볼륨 조절 버튼은 보너스 같이 달려있다.  무엇보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 패드가 있어 놀랐다. 실제 고속 주행 시, 와인딩 주행 시 다소 거친 주행에도 스마트폰은 제자리를 지키며 착실하게 충전이 되는 것을 확인했다.

유일하게 가장 디지털화된 부분은10.25인치 태블릿이다. MCPURA의 차량 설정과 관계된 기능을 모두 담았다. 물리버튼은  없다. 비상등 스위치는 루프에 올려놓았으니 시야에 보이는 버튼은 찾아 볼 수 없다. 레이싱카에서 보던 수많은 버튼으로 마치 전투기나 고급 요트처럼 보이게 할 마음이 없다. 차는 MCPURA가 담당할테니 양손을 스티어링 휠에 올리고 오직 운전에 집중하라고 말하는 것 같다.

오른손을 내리면 카본에 쌓여있는 기어박스가 들어온다. 후진을 위한 'R' 기어, 전진과 수동모드 전환을 위한 'D/M' 버튼 두개 뿐이다. MCPURA에서 가장 레이싱카 다운 곳을 선택하라면 무조건 여기다. 차에 탑승하고 가장 빠르게 출발하기 위한 방법, 마세라티는 너무나 잘 알고 있고, MCPURA를 타는 사람에게 그 방법을 따르라고 그럴 수밖에 없다고 알려주는 것이다. 

그 위에는 드라이브 모드를 선택하는 다이얼이 위치하고 있는데, 일상에서는 거의 쓸 일이 없지만, 각각의 모드에 따라 성격이 달라지니 반드시 알고는 있어야 한다. 

스티어링 휠은 위 아래가 일자로 깎여 있는 형태의 레이싱카에서 많이 보던 스타일이다. 3시-9시 정상적인 방식으로 스티어링 휠을 잡고 있을 때 주로 사용하는 기능은 거의 없다.

마세라티 MC12
마세라티 MC12

20년 전 출시했던 마세라티 MC12와 비교해보면 스티어링은 거의 비슷한 형태로 크기가 작아지고 몇몇 기능이 들어갔을 뿐 깜짝 놀랄 정도의 그립력은 그대로다. 당시엔느 순수 아날로그 시대였던 만큼 진짜 레이싱카와 같은 느낌도 있었지만, 시대가 변했으니 적응해야 한다.

왼손으로는 스타트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거나 끌 때만 사용하면 되고, 오른손으로는 런치 컨트롤을 사용할 때 외에는 사용할 기능이 없다. 물론, 크루즈 컨트롤, 오디오 볼륨 조절 등의 기능이 있는 버튼이 있지만 얼마나 사용할지 의문이다. 

대신 풀 카본으로 만든 패들 시프트는 쉬지 않고 사용하게 될지도 모른다. MCPURA의 엔진은 패들시프트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고, 단 0.1초의 딜레이 없이 원하는 기어로 원하는 짜릿함을 선사하니 손가락에 걸리는 가볍지만 번개처럼 움직이는 패들시프트를 당기는 즐거움에 빠지게 만드는 스티어링 휠이다. 

운전석 뒤에 엔진이 있는 스포츠카는 실내 공간의 여유가 없는 경우가 보통이다. 실내 공간에서 거주성을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어떤 것이든 희생당해야 하는 것이 세상의 법칙이기도 하다. 마세라티는 그런 법칙은 가볍게 무시해버린다. 

레이싱 시트의 대명사 사벨트와 협업한 시트를 보면 마세라티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는지 이해가 된다. 오랜 시간 운전해도 편안함을 유지해야 하고 거친 주행에서도 자세가 무너지지 않고 안전하게 주행하기 위한 지지력도 확보해야 하는데, 사벨트의 시트는 이런 요소들을 모두 만족시켜버렸다. 얇은 시트백과 시트지만 허리와 어깨 엉덩이와 허벅지를 지지해야 하는 부분은 과할 정도로 솟아올라 있지만 운전자를 감싸 안는 자세를 완벽하게 만들어낸다. 

스포츠카 특성 상 제동 시 브레이크 페달을 더욱 강력하게 밟아야 하는 상황에서도 엉덩이와 허리를 확실하게 지지해 주고 발에 100%의 힘이 들어갈 수 있게  확실하게 자세를 만들어준다

유행하는 동승석 디스플레이는 경량화를 위해 과감하게 없애 버렸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달리는 동안 앞을 보며 운전자와 함께 즐기라는 배려(?)일 것이고, 보너스로 이탈리아 출신이라는 자부심에 이탈리아 국기를 에어벤트 사이에 그려놓았다.

폭발적인 주행을 즐기는 동안 자신도 모르게 힘이 들어갈 다리를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도록 넓고 단단한 풋레스트를 준비해 두었으니 운전자와 함께 달리는 순간을 즐기면 그뿐이다. 

때로는 쿠페처럼 때로는 카브리올레처럼 변하는 MCPURA 첼로는 유럽의 차량들이 그렇듯 썬루프에 별도의 덮개가 없다. 대신 전기장치를 사용해 투명도를 조절하게 해줄 뿐이지만, 오픈톱을 언제든지 할 수 있으니 루프를 통해 하늘을 보는 즐거움 그리고 때때로 내리는 비를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는 낭만은 덤이다.

 

하늘을 보는 방법, 루프를 열거나 도어를 열거나    

마세라티 MCPURA는 하늘을 보는 방법이 두가지다. 먼저 오픈에어링을 즐기기 위해 오픈톱을 하면 된다. 루프가 사라지면 자연스럽게 하늘이 두 눈에 담긴다. 주행 중 언제든지 하늘이 더 크게 시야에 들어오는 즐거움을 즐길 수 있다.

또 한가지는 MCPURA를 타고 내리는 짧은 순간이다. 지하 주차장일 경우에는 아쉽겠지만 야외 주차장이라면 도어를 열고 운전석에 탄 다음 도어를 닫는 짧은 순간 이글이글 타고 있는 태양을 만나거나 밝게 빛나는 달을 볼 수도 있고, 내리기 위해 도어를 열어 올리는 순간 하늘을 볼 수 있는 특별한 즐거움 이 있다. 

도어를 몸쪽으로 당기고 도어와 벌어지는 차체의 틈으로 타는 전통적인 방식이 아닌 도어를 하늘로 당겨 올리거나 밀어 올리고 운전석 시트를 향해 바닥에 앉는 듯한 특별한 방식으로 타는 짧은 순간 하늘을 만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낭만적인 측면에서도 특별함이 있다. 도어가 하늘로 열리는 순간 시야에 들어오는 타이어가 주는 즐거움과 이 차게 본격적인 레이싱을 위한 차라는 것을 생각하게 하는 것도 보너스다.

 

도로를 서킷으로 바꾸는 마법,  다이얼 하나면 충분해

시트에 앉으면  스티어링 휠에서 파랗게 빛나는 'START/STPO' 버튼이 눈에 들어온다. 한 번에 바로 시동을 걸기 전 먼저 살짝 눌러 시스템을 깨운다. 그리고 지긋이 한 번 더 누르면 눈은 도로를 트랙으로 인식하게 되고 심장 박동은 서서히 빨라진다. 

마세라티 MCPURA는 시동을 걸고 바로 출발하는 요즘 차와 다르다. 달리는 즐거움을 위해 잠깐의 기다림이 필요하다. F1 머신, GT 레이스카 등 레이싱카는 시동을 걸고 주행하기까지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다. 짧은 시간이지만 잠시만 참으면 630마력, 720Nm의 토크를 내는 V6 엔진의 힘을 100% 끌어내 사용할 수 있게 된다.

MCPURA는 시동을 걸면 보통의 슈퍼카들 처럼 시동 후 약 10초~15초 정도 매우 거센 포효와 함께 엔진을 깨우고 서서히 아이들링을 진정시킨다. 맹수의 포효소리는 언제나 기분 좋다. 

시동 후 아이들링이 진정되고 엔진에서 거의 소리가 사라질 정도가 되면 천천히 출발하면 된다. 처음 출발하면 디스플레이에서 엔진과 변속기의 온도를 확인할 수 있는데, 냉간 시동일 경우 사진처럼  'COLD'라는 글자와 함께 파란색으로 엔진과 변속기가 보인다.

예열이 끝나가면 엔진부터 'OK' 글자와 함께 엔진의 색이 하얗게 바뀌며 달릴 준비를 하라고 알려준다.

가속페달을 꾹 밟고 싶지만 잠시 참고 있으면 온도가 점점 올라가면서 'OK' 사인과 함께 엔진과 변속기의 컬러가 모두 하얗게 바뀐다. 이 화면을 보고 있다면? 바로 가속페달에 힘을 주면 된다.

이때 반드시 선택해야 하는 것이 바로 MCPURA의 주행 모드 셀렉터다. WET / GT / SPORT / CORSA / ESC OFF 5개의 모드가 있다.  각각의 특성이 너무도 극단적으로 구현되기 때문에 다이얼을 돌리는 것만으로도 전혀 다른 5대의 MCPURA를 경험하기 충분하다. 

시승하는 동안 우연히 비가 내린 날이 있었고 WET 모드를 포함해 4개의 주행 모드를 사용해 볼 수 있었다. 3월 초의 날씨는 노면 온도도 낮아 스포티한 주행에 용이한 조건은 아니다. 낮은 온도에 비까지 오게 되면 슈퍼카에게는 악조건일 수밖에 없다. 

미드십 엔진에 후륜구동 방식을 채택한 스포츠카는 운전자의 운전 스킬에 따라 주행 능력을 100% 끌어내 환상적인 짜릿함을 느낄수도,10%도 쓰지 못해 불안하고 어려운 차로 판정해 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2026년의 마세라티 MCPURA는 순수한 레이싱 DNA를 갖춘 레이싱카의 모습을 주행 모드 중 하나에 감춰두고 운전자를 최선을 다해 지원해준다. 

WET 모드는 비나 눈 등으로 인해 젖어 있는 노면에서 극한의 접지력을 유지해주고 가속이나 코너링 시 미끄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한다. 실제 빗속에서 급가속을 하거나 코너를 돌아 나갈때도 좌우 휠의 토크를 적절하게 조절하며 최적의 라인을 그려낸다. 

GT 모드는 기본적인 주행 모드인데 실제 시승 내내 80%는 GT 모드를 사용했고, GT 모드 하나로도 충분히 짜릿하고 즐거운 주행도 가능했다. 스티어링 휠, 엔진 반응, 가속 및 감속시 느낌, 서스펜션의 강도를 가장 부드럽게(?) 만들어줘 시내 주행시에는 세단처럼 부드럽고 조용하게 달릴 수 있게 해준다. 그렇다고 마냥 부드러운 것은 아니다. 

패들 시프트를 당기는 순간, 가속페달을 깊게 밟는 순간 언제 그랬냐는 듯 거친 숨을 몰아치며 도로를 파고들며 저 멀리있는 도로의 끝을 바로 눈 앞으로 가져온다. 특히 80km/h 이상으로 주행 중 추월 가속을 시도할 때의 주행 질감이 놀라울 정도록 깔끔하고 예리하다. 머리는 어느새 헤드레스트에 닿아있고 스티어링 휠을 쥐고 있는 손에는 힘이 들어가고,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발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알아보고 싶은 궁금증에 계속 페달을 괴롭힌다.

GT 모드는 편안한 일상 주행에서는 부드러운 세단처럼, 고속 주행시에는 날쌘 스포츠카처럼 원하는대로 단 0.1초도 머뭇거리지 않고 움직여 '원하는 대로, 원하는 만큼 달릴 수 있는 쾌감'에 빠져들며 도파민이 멈출줄 모른다.  

SPORT 모드부터는 GT 모드에서 경험한 것과 전혀 다른 차를 타는 느낌이다. 귓가를 간지럽히던 엔진의 진동과 사운드는 한 옥타브 높아져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고 스티어링 휠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은 더해진다. 가속페달 깃털 하나로도 무게를 느낄 수 있을 만큼 섬세해져 아주 조금의 힘으로도 격렬하고 주저함 없는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SPORT 모드는 일상적인 도심에서의 주행이라면 오히려 피곤할 만큼 예민하고 섬세한 움직임이다. 서킷에 들어갔다면 무조건 이 SPORT 모드가 GT 모드보다 더 편하게 느껴질 것 같다.  마세라티의 엔진 사운드는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같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사람이라면, SPORT 모드를 사용해 고속 주행이나 서킷 주행을 할 때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클라이막스에 다다르는 순간을 바로 귀 뒤에서 실감나게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아주 잠시 CORSA 모드를 사용해보고 다시 GT 모드로 돌아왔다. 레이서 라이센스가 없다면 추천하지 않는다. 물론 매우 좋은 상태의 노면에서 차량이 거의 없고 최소 편도 4차로 이상인 도로라면 어떤 느낌인지 "아주 잠깐" 정도는 사용해 보라고 추천하겠지만 일상적으로는 절대 봉인해 둬야 할 정도로 야생의 느낌 그대로다.

마치 진짜 "차가 내 말을 듣지 않는 것인지, 내가 차의 말을 듣지 않는 것인지" 착각에 빠져들게 된다. 진짜 레이싱카에 앉아 있나 싶을 정도다.

MCPURA는 운전자가 이정도는 다뤄야지 하는 물음을 던지며 모든 전자장비들을 대부분 비활성화시켜버린다. 가속 페달을 강하게 밟으면 뒷바퀴는 비명을 지르고 스티어링 휠은 차체제어 쯤은 손으로 하는거라며 온신경을 집중시킨다. CORSA 모드 역시 서킷에서 사용해 볼 것을 부조건 추천한다. 런치 컨트롤 기능 역시 마찬가지다. 서킷을 지배하는 모드다.

극한의 편안함에서 극한의 짜릿함까지 자동차로 느낄 수 있는 모든 영역의 주행을 경험하고 싶은, 또는 해야 하는 운전자라면 마세라티 MCPURA의 어떤 주행 모드를 사용해도 최고의 즐거움과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MCPURA는 잠시 첨단 장비에만 의지하고 브랜드 고유의 캐릭터를 잃어 평범해졌던 마세라티를 절대 볼 수 없다. 가장 마세라티답게 달릴 수 있는 방법을 오롯이 마세라티의 방식으로 운전자에게 알려주는 현재의 유일한 슈퍼카다. 직접 스티어링 휠을 잡아보면 '아!, 와! 그래! 역시! 이거였어!' 하는 감정을 느끼며 미소가 퍼지기까지 단 1분이면 충분하다. 

 

이런 기능이 있었어? 파킹은 어떻게 해?

 마세라티 MCPURA는 오직 달리기에 모든것을 바친 순수한 슈퍼카에 가깝다. 그렇기에 최신 편의장비들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있었다. 하지만 MCPURA는 그런 의심을 비웃듯 다양한 편의사양들을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

시트에 처음 앉았을 때 무심코 수동 조작일 것이라 생각하고 시트 아랫부분을 여기저기 만졌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레이싱카=경량화=편의장비 제거라는 법칙을 또 깨버렸다. 전동 시트를 넣었고, 이지 엑세스 기능이 더해졌다. 도어를 열면 시트는 움직일 수 있는 한계까지 뒤로 밀려나고 시동버튼을 가볍게 눌러 전원을 넣으면 세팅해둔 시트 포지션을 만들어준다. 덕분에 타고 내릴 때 매우 편하고 가볍게 일어날 수 있다. 

도어를 열 때도 가볍게 들어올리면 쉽게 하늘로 열리고, 내릴 때 역시 버튼을 눌러 살짝 미는 것 만으로도 쉽게 열 수 있다. 다만 주차 시 주의해야 할 부분은 있다. 차량 사이에 세울 때는 도어를 완전히 여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운전석 쪽이 넓게 확보되는 주차구역을 미리 알아두면 편하게 타고 내릴 수 있지만 혹시라도 옆에 차가 주차하게 되면 타고 내릴 때 다소 불편함이 있을 수밖에 없다. 

MCPURA에는 디지털 룸미러가 기본이다. 레이싱카에게 룸미러는 사치일 수 있지만 도시를 달려야 하는 숙명을 가졌기에 룸미러는 소중하다. 디지털 룸미러는 방향과 밝기 조절이 가능해서 운전자가 원하는 상태로 후방 시야를 확보하는 것이 가능하다. "보이는 것보다 실물이 더 가까이 있습니다"라는 주의 문구는 디지털 룸미러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룸미러 중간의 레버를 뒤로 밀면 일반 룸미러로 바꿀 수 있지만 뒤에 비치는 작은 하늘을 볼 것이 아니라면 추천하지 않는다. 뒷차가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 확인하기 어렵고 만약 스포츠카가 뒤에 있다면 있는 줄 모를 확률이 높다.

사이드미러에서도 옆 차로에 있는 차는 확실하게 알 수 있고, 사각지대에 있는 차도 찾아낼 수 있지만 바로 뒤에 있는 차는 솟아오른 뒷펜더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온전한 후방 시야를 위해서 디지털 룸미러는 필수다.

사실 시승하는 동안 룸미러를 볼 일이 많이 없었기에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지만, 후진 주차 시 디지털 룸미러는 큰 도움이 된다. 거리감을 익히는 것에 시간은 필요하지만 익숙해지면 주차 시 안전하게 리어 디퓨저를 지켜내는 1등 공신이 될 기능이다.

스티어링 휠에 매우 편리한 옵션이 2개나 있다. 하나는 크루즈 컨트롤이다. 슈퍼카에 크루즈 컨트롤이 필요할까 싶지만 역시 필요한 옵션은 아닌듯 하다.

그리고 또 하나는 크루즈 컨트롤 버튼 바로 아래에 있는 차체 리프트 버튼이다. 매우 소중하고 중요한 기능이다.

주차장을 내려가거나 올라갈 때, 과속 방지턱을 넘어갈 때 매우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단차가 제각각인 곳이 많은 한국의 도로와 주차장에서 이 기능이 없다면? 프론트 범퍼가 닿으며 긁히거나 파손되며 나는 끔찍한 비명은 상상하기도 싫다. 

MCPURA는 안드로이드 오토 기반의 운영체제를 탑재하고 있고, 차량의 다양한 정보를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 무선 연결은 기본이고,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는 열선 시트와 오토에어컨이 있고, 루프를 열고 닫는 기능 역시 디스플레이 안에 넣어 두었다.

엔진 사운드를 즐기느라 언제 오디오를 사용할까 싶지만 소너스 파베르의 12개 스피커를 실내 곳곳에 완벽하게 배치해 클래식음악도 생생하게 즐길 수 있도록 배려했다.

예전의 마세라티, 20년 전 순수함을 내세웠던 마세라티 대부분의 모델, 캄비오코르사와 같은 F1 머신 방식의 반자동 변속기를 탑재했던 MC12는 물론 콰트로포르테, 마세라티 쿠페, 스파이더들은 파킹기어 'P'가 존재하지 않았다. 오로지 기계식 사이드 브레이크에 의지해 주차를 했었다. 

시대가 변하고 자동변속기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이후에 파킹 기어는 당연한 것이 되었지만, MCPURA는 'R' 'D/M' 단 2개의 버튼만 있다. 아주 예전의 마세라티에서 보던 것을 다시 보게 되니 저 깊은 곳에 넣어 두었던 추억을 다시 꺼내든 것 같아 감회가 새롭다. 

별도의 'P' 버튼이 없다는 것은 둘 중 하나다. 파킹이라는 개념이 없거나 숨어있거나다. 순수함을 유지하며 최신 트렌드를 받아들인 MCPURA는 'P' 버튼을 만들지 않으며 과거의 이야기를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게 하면서도 'P' 버튼을 'START/STOP' 버튼 속에 숨겨두었다. 

'D' 상태에서 시동 버튼을 눌러 시동을 끄면 전자식 사이드브레이크가 체결되는 것과 동시에 'P' 표시가 아주 잠깐 디스플레이에 나타났다 사라진다. 'P' 기어 버튼이 없다고 당황할 필요 없다. 시동을 끄고 도어를 열고 내리면 끝이다.

 

PURA... 순수하다를 어떻게 표현할까?

마세라티라는 브랜드의 시작은 튜닝이었다. 자동차에 재능이 넘친 마세라티 가문의 다섯 형제가 시작한 브랜드는 레이서로 활동하며 차를 튜닝하고 순수하게 빠르게 달리는 모터스포츠의 본질을 추구했던 브랜드다. 

그래서 마세라티가 만드는 지극히 극한의 영역에 있는 모델은 레이싱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던 DNA를 그대로 심장에 품고 있을 수밖에 없다. MCPURA는 그런 마세라티 창업 초기부터 이어져온 "이기기 위해 온전히 빠르게 달리는"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는 슈퍼카로 태어날 수밖에 없었고, 운전자에게 그 열정이 온전히 전해질 수 있도록 모든것을 바치는 '순수'한 목적을 가진 자동차다. 

삼지창에 깃들어 있는 전차 레이스의 신화에서 시작해  설립 초기 1기통 엔진을 튜닝해 레이스에 출전했으며,  F1엔진을 만들어 공급하고,  한때 페라리와 경쟁할 정도로 열정 가득했던 DNA를 그대로 품고 있는 마세라티 MCPURA는 가격보다는 가치, 헤리티지, 브랜드의 DNA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완벽한 삶의 동반자가 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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